연수구 '클러스터 코디네이터' 선정으로
전세계와 경험 공유해야 하는 역할 부여
과거 서원들이 그랬듯이 배움 공유하고
우리만의 공동체문화, 미래 만드는 핵심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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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남석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
지난 7월 조선시대 서원 9곳이 한꺼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서원은 중국 당나라 말 혼란기 지식인들이 산중으로 피해 불교 선원을 본떠 만든 교육공동체가 시초다. 조선시대 우리 서원들도 학문 연구, 인재 양성, 서적 보관 등을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훗날 제사와 시대적 이념을 구현하는 공동체 기능을 해냈다. 서원들은 산중에 있었으나 폐쇄적이지 않았고, 한정된 계층이었지만 오늘의 학교와 도서관, 이념적 공동체 역할까지를 복합적으로 수행했다.

요즘 우리 교육 역시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과거 잘못된 관행들이 거리의 민심을 들끓게 했고, 이제 청소년들도 기계로 찍어낸 붕어빵 같은 삶을 원하지 않는다. 반인권적 학칙과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모습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삶을 찾아 나선지 오래다. 교사의 체벌과 등굣길 교문에서 머리에 '고속도로'를 내던 시대는 옛날 얘기다. 입시지옥과 사교육으로 대변되던 교육의 틀을 깨고 이제 변화의 길로 떠밀려가고 있다. 조선시대 서원들이 그랬듯 이제 제도권의 교육도 더불어 나누고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문화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인천 연수구도 평생교육을 통한 공동체 나눔을 실천 중이다. 지난해 8월엔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UNESCO GNLC) 회원 도시로 선정되며 평생학습분야 국제교류활동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 출범한 GNLC는 지속가능발전 기반의 개인 역량 강화와 사회적 통합, 경제·문화 향상을 위해 국제도시 간 네트워크를 지원해 오고 있다.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을 핵심으로 학습도시 전략을 공유하며 올해 초 기준 52개국 224개 도시가 함께 활동 중이다.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학습체계 마련을 위한 국제적 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7박 11일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열린 '제4회 학습도시 국제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GNLC 회원도시 자격으로 연수구의회와 대표단을 구성해 다녀온 일정이다. 촉박했던 만큼이나 크고 작은 성과도 많았다. 작게는 구청장 자격으로 본회의 주제발표자로 나서 최근 디지털 접근성 약화로 사회적 삶의 질이 낙후된 주민 문제들을 지적했다. 연수구의 대응 사례가 구민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도 될 만큼 기대 이상의 호응을 받았다. 또 지난 2017년 우수학습도시로 선정된 아르헨티나 빌라마리아 시장과 평생학습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아르헨티나 국회로부터는 감사장도 받았다.

하지만 가장 꼽을만한 성과는 연수구의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클러스터 코디네이터 도시 선정이다. 앞으로 연수구는 그리스 라리스와 파트너 도시로 2년간 전문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지구촌 도시들을 대상으로 정기적 소통과 관련 플랫폼을 공유할 예정이다. 국제적 '시민성' 교육을 주제 클러스터로 두 도시가 세계 도시들을 선도하는 하나의 국제 공동체로 묶인 셈이다. 시민으로 살면서 개인이 어떤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가는 어느 나라건 영원한 사회적 교육과제다. 시민교육이 공동체의 기본 도덕성으로 자리 잡도록 도시가 지원 의무를 다하면 결국 그 성과가 도시를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에 누구나 함께 지녀야 할 교육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은 어느 도시에서건 필수적 조건이다. 연수구도 이번 클러스터 코디네이터 도시 선정으로 전 세계 도시들과 경험을 공유해야 하는 국제적 책임도시로 역할을 부여받은 셈이다. 그동안 연수구가 준비해 온 미래도시 역시 공동체 문화 없이는 상상할 수도 없다. 구성원의 지식을 함께 나누고 더불어 누리는 도시다. 과거 우리의 서원들이 그랬듯이 배움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우리만의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일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핵심 요소다. 4차산업혁명시대 연수구의 국제적 표준화를 위한 큰 걸음으로 우리 모두에게 시민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국제적 책임도시 연수구의 변화는 지금부터다.

/고남석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