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는 경우 하루평균 '18.4명' 달해
사업장 평가지표 점수도 '모욕적'
現 고용허가제 사고 절대 못 줄여

정부, 최소한의 생명권 지켜줘야

수요광장 이완2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이야기다. 필자가 일하던 외국인인권단체에서는 주된 주말 업무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상담 그리고 장례식을 치르는 일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허망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2006년에는 네팔사람들과 병원기록들을 수소문해가며, 한국에서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찾고 기록하는 일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먼 타향에서 죽어갔는지에 대해 기록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다.

긴 조사 끝에, 60여명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의 사망을 찾고 기록할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병으로, 각종 사고로, 산업재해로 그리고 가혹한 조건 속에 스스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도 당연히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 형제였고 아들과 딸이었다. 네팔로 찾아가서 만난 유가족들은 비탄에 빠져 있었고, 대부분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사결과로 충격에 빠졌다. 유가족들의 애끓는 절절한 이야기는 아주 작은 책자로 묶여져 나왔다. 이후, 한국에서 기록조차 없이 죽어간 이들을 위한 위령제가 열리기도 했다.

그 후로 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덧없이 죽어가는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예전의 참혹한 시절의 옛이야기면 좋겠다. 그러나 모두에게 불행하게도, 매일같이 예전보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2019년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실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발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망자 실태 자료는 충격을 넘어 정신이 아득해지기까지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총 971명중 11.14%인 114명이 외국인노동자였다. 산업재해로 인한 전체 사망자수도, 내국인의 경우 2014년 1천765명에서, 2018년 2천6명으로 13.65% 증가하였는데, 이주노동자의 경우 2014년 85명에서 2018년 136명으로, 60%나 증가하였다. 산재로 인정을 받은 부상자까지 합치면 하루 평균 18.4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0.54%인데, 외국인노동자의 경우는 0.86%에 달한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어촌 영세 사업장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가입의무조차 없는 곳들도 많다. 심지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도 못하지만. 2009년에서 2018년까지 자살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만 43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위의 통계는 아마도 최소한의 기록에 불과할 것이다. 비용과 노력을 들여, 위험한 작업장의 환경을 바꾸고 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드는 대신,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죽어가고 사망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줄일 실효성이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원하는 사업장을 선정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사업장은 사전 배점에 의한 점수로 이주노동자 배정 가능 여부나 순서가 정해진다. 이 점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최근 2년 동안 사망재해 1명이 발생한 사업장은 감점 1점'. '2명 이상 발생 사업장은 2점 감점을 받는다.', 이에 비해 임금체불은 3점, 폭행 및 폭언은 5점 감점을 받는다. 그리고 심지어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허용인원에 대비하여 실제 고용인원이 낮으면, 최대 30점에서 최소 22.4점을 기본적으로 준다. 산업재해로 한 명이 죽는 경우 단 1점이 감점되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이 평가지표가 얼마나 이주노동자에게 모욕적인 상황인가!

이런 현재의 고용허가제 시스템으로 드러난 정부의 인식으로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절대 줄일 수 없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아닌데, 1년간 사망자가 136명에 매일같이 평균 18.4명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아니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전쟁과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를 비롯한 한국사회 전체에 다시 한 번 호소해 본다. 어떤 이유에서건, 최소한의 생명권은 지켜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