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 드림커플'로 희망했던 검찰 개혁
정치·경제·안보·외교 등 국정전반 '수난'
'헌사' 마음에 묻고 국민통합 강조했어야
한쪽진영 탈피 현실봐야 새길 찾을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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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집에 보내면서 정중한 '송별사'를 밝혔다. 국민에겐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조 장관에겐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로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했다. 언론을 향해선 "신뢰받는 언론을 위한 자기 개혁"을 당부했다. 조국사태로 인한 국민 갈등과 사회적 진통에 대한 사과와, 조 전 장관에 대한 극진한 예우, 언론에 대한 뜬금 없는 당부가 맥락없이 나열되는 바람에 강조하고 싶었던 '검찰개혁'은 모호해졌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여러번 곱씹었던 대통령의 발언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는 대목이었다. 대통령은 조-윤 드림커플로 역대 어느 정권도 해내지 못한 검찰개혁을 이룰 희망에 부풀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희망이 꿈으로 끝났다니 처연하다. 문제는 희망이 꿈으로 끝난 사람이 다름 아닌 대통령인데 있다. 대통령의 희망이 꿈으로 끝나면 그 결과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미친다. 만에 하나라도 대통령의 희망들이 속속 무너져, '나의 모든 희망은 꿈으로 끝났다'고 토로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에겐 악몽이다.

지금 국정 전반은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전개되고 있다. 경제분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심각한 후유증을 양산하고 있다. 서민의 가계소득을 올려 경제성장을 지탱하겠다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현금복지를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청년 일자리는 사라지고 자영업자는 문을 닫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남북문제는 대통령이 희망했던 한반도비핵화와 남북평화공존을 북한이 걷어차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모호해지고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며, 중국은 노골적으로 상전 행세를 하면서 외교적 고립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분야에서 대통령의 희망이 수난을 겪고 있다.

대통령이 희망을 꿈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조국 송별사'는 그런 면에서 아쉽다.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동력이 됐다고 극찬했지만 과연 그런가.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수사를 향해 여당과 진보진영이 장내외에서 보여 준 일사불란한 압력과 저항을 지켜보면서 상식적인 국민들은 여권의 검찰개혁 의도를 의심하게 됐다.

여권은 검찰개혁의 제도적 완결을 위해 공수처 설치법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공수처가 윤석열의 검찰 처럼 여당의 압력과 수백만 지지진영의 함성에 갇힐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검찰개혁의 본질이 조직의 해체와 신설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뽑을 수 있는 검찰의 독립임을 역으로 증명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선출한 공수처장이 대통령과 여당 사람을 향해 칼을 뽑았을 때, 여당의 압력과 광장의 함성이 소용없는 수사기관의 독립 말이다. 패스트트랙에 실린 여당의 공수처법이 이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검찰개혁은 그저 헛꿈에 그칠 것이다.

조국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로 희생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이 희망했던 검찰개혁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상식적인 대중들에게 누설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대중들은 이제 대통령과 여당이 희망했던 개혁될 검찰과 신설될 공수처가 내 편에게는 관대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 않나 의심한다. 조국일가를 열렬히 옹호했던 여당 의원들은 이제 총선에서 조국을 변호한 자신을 변명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다. 대통령은 조국에 대한 헌사는 마음에 묻어두고 국민을 향한 사과와 국민통합을 위한 의지만 강조했어야 했다.

국민은 대통령의 희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대통령이 희망을 이루기 위해 길을 돌아가고, 수단을 달리하고, 공약을 뒤엎을지라도 이해하고 지지할 것이다. 대통령의 희망이 국민을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국민의 기본적 신뢰를 믿어야 한다. 진영으로 갈린 찬반 세력의 한쪽에 서서 탄식하고 아쉬워할 때가 아니다. 진영을 벗어나야 현실이 보인다. 현실을 봐야 희망을 이뤄줄 새로운 길과 수단과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조국사태가 대통령에게 보약이 되길 바란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