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 이야기 공유 토크콘
불안한 고용·성차별·경력단절등
여전히 '비슷한 어려움' 토로해
"조직문화 변화 이끌 제도 강화"


고용불안, 성차별, 경력단절 등 여성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여성노동자들이 사회의 부당함을 외치며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고 법제화했지만, 여성들은 오늘날 노동현장에서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인천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최보윤(33·여)씨는 10년 전 처음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간 회사에서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할 거냐' 등의 질문을 항상 받았다. 그렇게 입사한 회사에서 최씨를 포함한 여직원들이 커피를 타거나, 설거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에게 들은 현실은 더 암담했다. 직장에 다니던 중 아이를 낳은 한 친구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해줄 테니 복귀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친구들과 겪는 경험이 똑같아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 미투사건 등을 접하고 나니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었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어도 아직 부당함을 나서서 이야기하기엔 부담이 많이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인천여성노동자회가 주관하는 여성노동자 토크 콘서트가 열려 1970년대 여성노동자, 1980년대 여성노동자, 지금의 여성노동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여성노동자들은 노동현장에서 시대별로 다른 문제와 부딪쳐 왔다. 1970년대에는 노동인권 문제, 1980년대~90년대에는 남성노동자보다 낮은 임금, 모성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를 겪었다면 지금의 여성노동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여성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면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모성보호권 등 다양한 문제가 법제화했다. 하지만 조직 문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은 "법제화를 해도 직장 문화와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오늘날의 여성노동자들은 과거와 같은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법을 기반으로 조직문화 변화까지 이끌 수 있는 제도 강화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