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소비자물가 하락원인 파악필요
근원 인플레이션율도 경기외적요인
온라인거래 확대등 구조적영향 받아
저물가요인·경제활동 위축 차단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 역량 쏟아야

2019101501001091700051711
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4%를 기록하여 8월(-0.04%)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치를 보이면서 그 경제적 함의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비상하게 높아 국내외 전망기관들이 세계경제는 물론 각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경제지표의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경제지표는 과거 경제활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경제주체들의 미래 경제활동을 위한 기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을 초래한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물가동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지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물가하락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품목별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일반 가계가 주로 구매하는 460개 품목의 가격 동향을 가중평균한 것으로 크게 상품과 서비스로 구성된다. 금년 9월 중 소비자물가지수의 하락폭 확대에는 상품 중에서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서비스 중에서는 공공서비스의 영향이 컸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전년의 높은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큰 폭 하락(각각 전년동월대비 -8.2%, -5.6%)하였고, 공공서비스는 정부의 교육·보육·건강보험 관련 복지정책의 영향으로 1.2% 하락하였다. 또한 하락 품목수가 작년 9월의 114개에서 158개로 44개 늘었으나 이중 37개가 농축수산물(32), 석유류(3), 공공서비스(2)에 해당한다. 즉 최근 물가하락은 주로 공급 측 및 정책 요인에 의한 것으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물가수준의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친 하락과는 거리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가 최근 경험하고 있는 물가하락을 다른 주요국과 비교하면 어떠할까? 한국은행이 최근 보도한 '주요국 물가하락기의 특징'(2019.9.30)에 따르면 지난 30여년간 41개 주요국을 대상으로 분기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샘플 중 약 7%, 2008년 이후 샘플에서는 약 14% 정도에서 물가하락이 발생하였다. 전 기간에 걸쳐 분기 기준으로 물가하락을 경험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8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물가하락은 적지 않은 빈도로 발생했으나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단기간에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물가하락이 유가하락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하거나 자산가격 조정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확산성도 크지 않고 경제성장률과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물가하락의 요인 및 국제비교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 물가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더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만, 경기와의 관련성이 높은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금년 들어 2%를 하회하기 시작한 것은 유의할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근원인플레이션율도 경기 외에 온라인거래 확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고, 물가기대도 실현된 물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추세적인 하방압력하에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원활한 경제활동과 이를 토대로 한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만큼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경험처럼 물가하락 기대가 만연한 경제에서는 소비자들이 더 한층의 물가하락을 기대하여 지출을 줄이고, 이는 기업의 수익률 전망을 악화시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상태로부터의 탈피는 경제강국인 일본조차도 아직까지 달성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난한 과제이다.

따라서 현재 저물가를 초래하고 있는 대외적,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객관적 이해 위에 저물가 상황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국면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경제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구조적 요인들의 개선,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투자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여야 할 때이다.

/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