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의 사수'도 日 자의적 표현
組曲은 '모음곡'으로 표기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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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일제잔재 청산운동을 일으키는 촉매가 되기도 했다.

클래식 분야에도 일제 잔재는 여전하다. 오랜 기간 습관적으로 쓰면서 굳어졌지만 꼭 청산해야 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제목인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는 '길을 잃은 여인' 혹은 '방황하는 여인'을 뜻한다. 그런데 한동안 우리나라에선 '춘희'로 불렸다.

이 오페라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원작 소설 제목을 일본어로 번역해 '스바기히메(椿姬·춘희)'로 썼고, 우리도 일본식 표현(한자)을 그대로 받아들인 거였다.

더욱이 춘(椿) 자는 우리와 중국식 한자에선 동백나무가 아닌 참죽나무를 뜻한다.

엉뚱한 말이 되어버린 거다. '춘희'라고 써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풀어서 쓰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지 언어(이탈리아)의 발음을 살려 표기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아닐까 한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막을 연 베버의 '마탄(魔彈)의 사수(射手)' 또한 일본에서 써온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다.

독일 전설에 기반한 이 오페라의 독일어 원제는 'Der Freischutz'로, 공개 사격대회의 사수를 뜻한다. 일본에선 계몽적 이념을 내세운 이 오페라의 내용을 보다 친숙하게 표현하기 위해 극에 나오는 백발백중의 '마법 탄환'을 제목에 가미한 것으로 생각한다.

'라 트라비아타'의 경우처럼 원제목인 '프라이쉬츠'로 쓸 수 있다.

오펜바흐의 유명 오페레타 제목('천국과 지옥') 또한 일제의 잔재다. 원제는 '지옥의 오르페우스'이다.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와 함께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했지만, 오펜바흐는 자신의 극에 천국과 지옥을 설정했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 자국어로 옮기면서 '천국과 지옥'으로 변형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지옥의 오르페우스'가 올바른 표현이다.

다양한 음악들을 모아서 만든 작품을 지칭하는 '조곡(組曲)' 또한 '스위트(Suite)'를 일본식으로 번역·표기한 것이다. 우리는 '모음곡'으로 표기하면 알맞다.

조곡이라고 하면 '애도하는 음악'을 떠올릴 수 있는데, 평소 모음곡으로 쓰면 그와 같은 걱정은 붙들어 맬 수 있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