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의견 엇갈려 '계획 차질'
"최대한 의견 모아 확산방지 총력"
정부 부처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전부터 야생멧돼지 방역관리 강화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ASF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6년 9월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간의 돼지열병(CSF) 전파 경험을 토대로 멧돼지에 대한 방역 관리를 추진했다. → 표 참조

그 무렵인 2017년 체코와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에서 야생멧돼지를 매개체로 한 ASF가 발생해 국내엔 같은 원인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2014년부터 진행한 야생멧돼지의 ASF 혈청 검사를 더 강화하고 멧돼지 개체 수도 사전에 저감시키는 방안을 시도했다.
전국 곳곳을 제멋대로 돌아다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큰 야생멧돼지의 국내 ASF 발생과 이로 인한 확산 가능성을 줄이고자 개체 수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와 의견이 엇갈리면서 당초 추진하려던 방역 강화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농식품부는 ASF 발생시기 이전부터 적극적인 멧돼지 서식밀도 저감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난 8월 환경부에 전달했다. 포획단·수렵장 등을 대폭 확대해 지난해 기준 100㏊당 5.2마리인 서식밀도를 2021년까지 3마리 수준으로 줄이자는 게 골자다.
하지만 환경부는 민간인 총기사고 발생 우려와 개체 수 저감 타당성 부족 등을 들며 대대적 서식밀도 감소는 어렵다고 고수했다.
대대적 사냥에 나설 경우 오히려 이동성이 커져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할 수 있고, 강한 번식력을 가진 멧돼지가 위협을 느끼면 출산도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농식품부는 야생멧돼지 포획틀 지원사업 등을 늘리는 수준의 방역 강화 계획에 그쳤다.
멧돼지를 매개로 한 ASF 창궐을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던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환경부는 이제야 야생멧돼지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인정한 뒤 ASF 발생·인접지역에 대한 멧돼지 총기 포획을 허가하는 뒤늦은 방안을 내놓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외 ASF 확산 때부터 국내 발생 방지를 위한 대책을 추진했고 지난 8월엔 환경부와 방안을 논의했다"며 "개체 수 저감엔 아직 이견이 있지만 최대한 의견을 모아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