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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의 2019년 5월 7~8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36.4%, 자유한국당 34.8%의 결과가 나왔다. 항상 지지율 20%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한국당이 민주당과 대등한 지지율로 올라선 이례적인 결과였다. 특히 광주·전라에서 한국당이 22.7%의 지지를 얻은 것이 특이했다. 당시 한국당은 '5·18 망언 논란'에 휩싸여 있을 때여서 예상외 결과라며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심지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상한 조사 결과"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문제는 1주일 후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43.3% 한국당 30.2%로 1주일 사이 지지율 격차가 무려 13.1%p 벌어진 것이다. 이번엔 한국당이 가만있질 않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디어 의문이 풀렸다. 이 여론조사의 샘플 자체가 왜곡된 게 명백하다. 전체 유권자 대비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과대평가된 여론조사다"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ARS의 속성상, 표본이 일정하게 분포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항간에 퍼진 조작설을 일축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여론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상반돼 또다시 여론조사 진위성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미터의 10월 3주차 주중 집계 결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4.1%P 오른 45.5%라고 했지만, 하루 늦게 발표한 한국 갤럽은 지난주(41.4%)보다 2.4%P 떨어진 39%로 취임 후 최저치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상승, 하락 원인도 제각각이다. 리얼미터는 "국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원인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 반면, 갤럽은 "경제 위기론이 커지는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인사 실패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기법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걸핏하면 틀린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고 조사 기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여론이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가 심하게 요동을 친다는 것도 걱정이다. 두 기관의 전혀 상반된 여론조사를 보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정의와 진실이란 건 무지몽매한 세상으로 가는 시작"이라는 소설가 김훈의 주장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