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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검사 10단' 칭호 화제속 경력 눈길

법무법인 태평양 근무때 '뇌물사건'
면허없는 점 강조·돈가방 크기 확인
발품·아이디어로 1심 유죄 뒤집어


지난주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끝난 뒤 정치권에서 '검사 10단'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때는 변호사 실력에서도 10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년 가량의 짧은 변호사 생활 동안 고(故) 최기선 전 인천시장 뇌물사건 재판에 참여해 무죄를 이끌어낸 경력에도 새삼 관심이 쏠린다.

1994년 23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검사로 임관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25년 검사생활 중간에 딱 1년인 2002~2003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당시 형사사건을 강화하려던 대형 로펌 태평양의 '특수통 영입 1호'였다고 한다.

이때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는 최기선 전 인천시장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

당시 최 전 시장은 1998년 3월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호텔 주차장에서 대우자판 전 대표로부터 연수구 대우타운 건립추진을 위한 용도변경 추진 관련 각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최 전 시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 전 시장의 변호는 태평양이 맡았는데, 변호인단 실무자가 바로 윤석열 총장이었다. 당시 최기선 시장은 수사과정에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며 "수사 당국이 수뢰혐의를 마치 확정된 것처럼 언론에 사전에 흘렸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유죄를 선고받은 최 시장이 2심, 3심에서 판결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실무 변호인이었던 윤석열 총장의 '발품팔이'와 '아이디어' 덕분이었다고 최 시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한 한 관계자는 기억했다.

최 전 시장의 한 측근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소명하는 게 보통인데, 윤석열 총장은 운전면허가 없는 최기선 시장이 휴일에 직접 차량을 몰고 호텔에 가서 받았다는 검찰 측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점을 파고들었다"며 "검찰 측이 현금 1억5천만원이 들었다고 주장한 가방에 정말 1억5천만원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함께 서울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해당 가방과 같은 것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통상적인 변호사와는 달리 현장 위주의 변호사였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법은 최 전 시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전병희(대우자판 전 대표) 씨의 진술이 유일하며, 전 씨의 진술이 뼈대에는 일관성이 있으나 세세한 부분에서는 일관성과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의 유죄 판단을 무죄로 바꾼 것은 윤석열 총장이 짚어낸 '디테일'이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