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초부터 인천도호부대제는 전통문화 보존·계승과는 거리가 먼 정체불명의 행사였다. 오늘의 인천시장이라 할 수 있는 역대 인천 도호부사 351명의 공덕을 기리자는 취지로 2003년 처음 시작했는데 '대제(大祭)'는 왕이 직접 하는 제례이지 일개 부사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 행사에 나름 전통을 살린다고 도입한 식전행사의 '대취타(大吹打)'도 군악으로 임금이 행차할 때나 군대가 행진할 때 연주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영역인 역사적 고증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천시장이 공덕을 기린다는 역대 부사 351명 중 일부는 친일파와 탐관오리였다는 점이다. 1593~1594년 인천부사를 지냈던 김찬선은 부패한 관리로 백성의 지탄을 받았고, 1880~1882년 인천부사 정지용은 임오군란 당시 일본공사 일행을 보호했다는 기록이 있다. 1889~1891년 부사 박제순은 그 유명한 '을사오적' 중 하나다. 지금까지 이런 행사에 15년 동안 매년 4천만원의 시민 혈세가 투입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인천시는 올해부터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인천도호부 관아 재현건물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 행사를 기획하기로 했다. 문학초등학교에 있는 인천유형문화재 1호인 인천도호부 관아와 인근의 재현건물,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과거 임진왜란 당시 일본과 맞서 싸운 인천부사 김민선의 경우 훗날 마을 주민들이 문학산 정상에 사당을 지어 매년 2차례 제를 올렸다고 한다. 제사는 그의 호를 따 '안관당제'라고 불렀다. 전시성, 억지 행사를 만들지 않더라도 인천시장이 역사에 남을 만한 공을 세운다면 시민들이 알아서 그의 공덕을 기릴 것이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