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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는 국가 대항전이건, 자국 프로리그건 전통적으로 라이벌전이란 게 있다. 우리의 축구 한·일전이, 프로 야구의 롯데와 기아 전이 그런 경우다. '엘 클라시코(El Clasico)'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 리가 소속으로 카탈루냐 민족을 상징하는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는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전을 말한다. 1902년 첫 경기를 시작해 올해 117년을 맞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선수로 뛰었을 때 FC 바르셀로나 간판 리오넬 메시와의 '엘 클라시코'는 전 세계축구팬의 최대 관심사였다.

바르셀로나 주도인 카탈루냐는 1714년 9월 스페인에 병합됐다. 그러나 카탈루냐인들은 오랜 시간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면서 독립의 열망을 키웠다. 설상가상으로 1939년부터 3년간 계속된 스페인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 정부를 해체하고 카탈루냐어 사용을 금지했다. 당시 카탈루냐 주민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프랑코 정권에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FC 바르셀로나 구장 '캄푸 누'였다. 이곳에서 '엘 클라시코'가 열리면 경기시작 17분 14초에 모든 관중이 일어나 "독립!"을 외친다. 치욕의 1714년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다. 프랑코 사후 다시 자치권을 얻었지만, 캄푸 누에는 지금도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동북부의 4개 주로 구성되어 있다. 스페인 영토의 6%에 인구는 750만명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은 스페인 전체의 20%를 차지할 만큼 부유하다. 독립이 가능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절반 이상의 주민이 아직도 스페인어가 아닌 카탈루냐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 수준도 꽤 높다. '건축의 수도자' 안토니 가우디와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도 카탈루냐 출신이다.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점차 격화되면서 오는 26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인 '엘 클라시코'가 12월 18일로 연기됐다. 라 리가 사무국이 경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 치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두 팀이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에도 전통의 '엘 클라시코'는 중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1932년 이후 '엘 클라시코'의 역대 전적은 96승 51무 95패로 FC 바르셀로나가 앞서고 있다. 온갖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엘 클라시코'의 전통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