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벤조피렌 검출' 이전탄원에 실시
法 "32명 19일간 광범위 조사 과도"


주민들의 집단 민원에 과도하게 단속에 나섰던 안양시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판사·임정엽)는 안양시에서 재생 아스콘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A사가 안양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안양시가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사는 1984년부터 안양시 만안구에서 아스콘 생산 공장을 운영해왔으나, 2001년 공장 인근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악취·분진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 마찰이 시작됐다.

2017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공장의 배출 물질 조사결과 벤조피렌이 검출되자 주민들은 시에 A사 이전 탄원을 냈다. 2018년 경기도와 안양시, A사, 주민대표 4자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주민들의 공장 이전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자 시는 같은 해 3월 시 9개과 소속 32명의 공무원으로 TF팀을 구성해 25일 사이에 19일 동안 공장 조사 및 단속을 실시했다.

문제는 주민들이 문제 삼았던 오염물질 배출인 벤조피렌 등의 배출량이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사는 "조사권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주민의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다수의 공무원을 동원해 단속행위를 반복하거나 오염물질 배출과 무관한 단속까지 해 A사를 압박했다"며 "이는 행정절차법이 금지한 불이익한 조치에 해당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단속권을 남용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9개 과의 직원 32명이 현장에 상주하며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적발사항이 발견되지 않아도 단속을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절성과 비례의 원칙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안양시의 단속에 따른 재산상 손해로 1천만원을, 회사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 데 대한 위자료로 1천만원을 각각 책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A사가 안양시 부시장과 환경보건과장 개인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을 명백히 인지했다거나 중과실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안양/이석철·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