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직업환경의학과_최원준_교수 (1)
최원준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관련 정보 분산돼 진단 어려움
직업환경·응급 의학 연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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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여러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비슷한 말을 했다.

역사를 통해 배움으로써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보건 영역에서도 안타까운 역사는 여러 번 반복되었다. 같은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안전보건 제도를 수립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해 왔다. 그 결과 지난 30년간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질환이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직업성 급성중독 질환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해는 비슷한 것들이 반복되어서 여러 명의 근로자가 건강을 잃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왜 그럴까? 직업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정보가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직업병과 다르게 급성중독이 발생하면 곧바로 병원으로 가게 된다. 응급의학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이 단계까지는 직업병인지 알기가 어렵다. 직업환경의학 의사는 직업병을 먼저 의심하고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지만, 이런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했는지를 알 방법이 없다. 두 가지 정보가 합쳐져야 직업성 급성중독을 진단할 수 있다.

왜 이 환자가 직업성 급성중독 환자인지 빨리 알아야 할까?

이 환자와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수많은 근로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같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 명의 환자로부터 배운 정보를 이용해서 예방에 활용하지 않으면 똑같은 환자가 계속 발생하게 된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다.

급성중독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직업성 질환인 줄 모르고 근로자 개인만 치료하고 지나간다. 원인을 제거하지 못했으니 같은 결과가 반복되어 여러 명의 환자가 생긴다. 모아놓고 보면 누가 보아도 명백한 직업병이지만 그때는 이미 큰 피해가 생긴 다음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가천대 길병원에서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아 2017년부터 올해까지 직업성 급성중독질환 관리체계를 운영하였다.

도금공정에서 시안화수소에 노출되어 사망한 사례, 학교 급식실 조리 종사자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례와 같은 직업성 급성중독 사례를 응급의학 의사들과 함께 찾아냈다.

환자들을 잘 치료하는 한편, 작업현장 조사를 통해 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찾아내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 결과를 이용해 선제 조치를 취함으로써 같은 형태의 재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직업성 급성중독 관리체계는 발병자 관리를 통한 급성질환 예방관리 측면에서 효과가 높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는 이 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하여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아야 할 때이다.

/최원준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