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시작하려면 20분도 더 남았는데 맨 앞 줄 가운데에는 2명의 여학생이 앉아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종도 하늘고등학교 1학년 이서연, 한성주 학생이다. 이들 두 단짝은 잠시 후 펼쳐질 새얼문화재단 주최 제36회 가곡과 아리아의 밤에서의 노래와 연주 기대감을 얘기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자리를 잡은 1학년 김도훈 학생은 "아리아에 꽂혀서 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늘고등학교 학생 중 관람 희망자 20여명이 특별히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같은 시각, 공연장 밖은 그야말로 구경 온 사람들 간에 인사를 나누느라 시장을 방불케 했다. 인천의 정·관계, 경제계, 문화 예술계, 종교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 학생들까지 각계에서 공연장을 찾았다.
1천300석 규모의 관람석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다.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들이 어느새 가곡이나 오페라와 같은 '고급스런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공연장 로비에서는 이날도 역시나 지난 35년과 마찬가지로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일일이 손님을 맞았다.
제1부에서는 인천 출신의 소프라노 오미선이 인천이 낳은 원로 작곡가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을 선보였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광장에 우뚝 서 있는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를 본 관람객이라면 그 의미가 남달랐을 터였다. 이 노래비는 2000년 8월 새얼문화재단이 건립·기증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뉴아티스트 바리톤 이강호, 몽골의 테너 밧자르갈 무대도 격조를 높였다. 제2부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뛰는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바 정선아의 열창은 차원이 다른 경지를 선물했다.
이날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 공연은 문화예술행사가 어떻게 해서 세대와 종교를 뛰어넘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오페라 관람이 처음이라던 하늘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날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의 가슴 벅찬 감동을 잊지 않고 앞으로 창의적 삶을 개척해 나가는 자양분으로 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