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천 (仁川) 21, 가변크기, Digital c-print, 2019
오석근 作 '인천'. /인천도시역사관 제공

구도심 곳곳 중축·변형 일본 가옥
이제는 기능다한 동양화학공장 등
일제·한국전·산업화 '음습의 흔적'

도시를 신체라 본다면 사진작품은
움직이게하는 기관… 15~17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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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의 작품은 교과서의 재해석을 보여준다. 오석근이 만든 교과서는 커버와 총 23장의 사진으로 구성되며 작품 제목이 페이지로 매겨져 있다. 이 사진 속의 인물들은 1980~1990년대 초반까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던 '철수와 영희'로,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가 해맑은 모습의 어린이상을 보여주었다면, 오석근의 '철수와 영희'는 음울한 배경을 바탕으로 정체성의 혼란 시기를 드러낸다.' 


-2009년 9월 16일 네이버 캐스트 '한국 미술 산책' 중에서

사진작가 오석근(40)의 초기 작품인 '철수와 영희'에서 해맑은(?) 표정의 인형 탈을 쓴 철수와 영희 캐릭터는 무분별한 개발이 난무한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부탄가스를 마시거나, 포르노 그래피를 본다. 

 

가게에서 물건도 훔친다. 

 

그들의 행각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부각되는 어느 음습한 장소에서 펼쳐진다. 

 

이를 통해 작품은 어린 시절에는 알 수 없었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회 구조적 작용들을 환기시켰다.

1.오석근 프로필
오석근 작가

반사회적 성격을 띠는 '철수와 영희'의 배경은 인천이었다.

 

급격히 산업화를 이룬 인천의 모습은 우리의 주입식 교육과도 닮았으며 무분별한 개발이 난무한 도시 공간들, 비정상적 압축식 경제 성장이 낳은 부작용이 교육에 영향을 끼쳤다고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말했다.

이후 오석근 작가는 우리나라 근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인천을 중심으로 나와 우리를 성찰·해체하고 대안적 삶을 찾기 위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0여년의 시간 동안 지역에 대한 작가의 애착은 더욱 깊고 넓어졌으며, 작품에 담긴 내용 또한 그렇다.

2017년부터 진행된 오 작가의 '프로젝트 인천'의 결실들로 구성된 '인천(仁川)'展이 30일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에서 막을 올린다.

 

11월 12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는 인천도시역사관의 연중 기획전 '2019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의 여덟 번째 전시로 기획됐다.

전시회 준비로 바쁜 오 작가를 지난 28일 오후 역사관 소암홀에서 만났다. 

 

3.인천 (仁川) 25, 가변크기, Digital c-print, 2019
오석근 作 '인천'. /인천도시역사관 제공
 

그는 "개항과 함께 근대 도시화한 인천의 근원적 풍경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등을 거치면서 축적된 도시의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인 '프로젝트 인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2년여 기간 동안 작업한 사진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15~17점 정도가 소개될 예정이다. 전시회 폐막 후 공간을 옮겨서 11월 15~29일 인천 동구 창영동 '스페이스빔'에서 이어진다.

"인천 구도심 곳곳에 숨죽인 체 존재해 있으며, 시대에 따라 증축·변형된 일본 가옥의 내·외부, 거리와 골목에서 목격할 수 있는 시간과 역사를 담은 기이한 축적물, 산업화를 위해 지어졌지만 그 기능을 다한 인천 내항과 동양화학공장 등 나무로 친다면 나이테(시간의 흔적, 정체성)와 같은 것들을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될 거고요. 이어서 규모를 좀 더 키워서 동구 지역에서도 전시회를 이어갈 예정인데, 송도국제도시에서 전시 후 구도심에서 전시회를 이어가는 형태입니다."

도시역사관 로고 (1-1)
오 작가는 "만약 도시가 하나의 신체라면 사진 속 모습들은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중요 기관들"이라면서 "때문에 이 사진들은 오랜 시간 은폐되고 폐기된(될) 인천의 중요 기관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