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이름새긴 비석잡고 오열
유가족 "청소년들에 교훈주길…"
준비위 "사건 기억 작업 나서야"
또래학생·시민들 참석 추모제도
"풋풋한 젊음 가슴에 다 피우지 못하고 삼백예순날 안부밖에 물을 수 없는 이 못난 아비, 못난 어미를 용서해다오."
30일 오전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식'이 열린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고(故) 오상윤(당시 17세)군의 아버지 오덕수(63)씨가 대표로 나와 헌시를 낭독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유가족들이 한 명씩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1999년 10월 30일 137명의 사상자를 낸 '인현동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유가족 30여명은 추모식 이후 위령비 앞에서 추모제를 올렸다. 먼저 떠난 아들, 딸, 형제, 자매 등에게 절을 하고,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추모석을 문지르며 울기도 했다.
학생 대표로 추모식에 참가하게 되면서 인현동 화재 참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는 인성여고 2학년 김예원양은 "희생된 학생들이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해 유가족들을 보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인현동 화재 참사에 대해 모르는 학생이 많은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에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인현동 화재 참사가 잊혀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고(故) 김진선(당시 17세)양의 아버지 김윤신(64)씨는 "매년 추모식을 진행할 때만 그 날의 기억이 잠깐 재조명될 뿐 금방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져 버린다"며 "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지금의 청소년들의 기억 속에 남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모식에 앞서 지난 29일 오후에는 홍예門문화연구소와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준비위원회가 주최하는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는 10대 중·고등학생부터 40대 등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 40여명이 참여해 유가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준비위원회' 위원인 윤미경 다인아트 대표는 "평소와 달리 많은 시민이 추모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줘 감사했다"며 "인현동 화재 참사에 대한 공감이 이뤄진 만큼 이번 20주기를 시작으로 인현동 화재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