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조사후 요청따라" 중구, 인천해수청과 사적 등록 절차
1903년 첫 불, 인천상륙작전 성공 역할… 2003년 등대임무 마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 '팔미도등대'를 국가 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인천 중구청과 함께 팔미도등대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史蹟)으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팔미도등대가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문화재청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문화재청은 근대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평가하기 위해 2017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조사를 벌였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팔미도등대를 사적으로 신청해달라고 중구청에 요청했다.
관련 법령은 사적 지정 기준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생활 등 각 분야에서 그 시대를 대표하거나 희소성·상징성이 뛰어날 것', '국가의 중대한 역사적 사건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인천항에서 남서쪽으로 15.7㎞ 떨어진 팔미도 정상에 있는 팔미도등대는 1903년 6월1일 첫 불을 밝혔다.
국내에 처음으로 생긴 근대식 등대인 팔미도등대 탄생 배경에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아픔이 서려 있다.
1800년대 후반부터 조선 침탈 계획을 세운 일본은 인천 앞바다 길목에 있는 팔미도의 지리적 중요성을 간파하고 1901년 등대 건설을 강권했다.
조선은 이듬해 '해관등대국'을 만들어 등대 건설에 착수했고, 1903년 높이 7.9m, 지름 2m 규모의 팔미도등대를 완공했다.
팔미도등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매개체로도 활용됐다. 1950년 9월15일 대북첩보부대 켈로부대원 6명은 북한군과 교전 끝에 팔미도를 탈환하고 등댓불을 밝혔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암초가 많아 인천 해안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던 국제연합군 함대 261척은 팔미도등대에 불이 켜지자 차례로 진격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팔미도등대는 2002년 인천시 지방문화재 40호로 지정됐으며, 이듬해 12월 바로 옆 신축 등대에 임무를 넘겼다.
인천해수청과 중구청은 팔미도등대를 사적으로 등록하기 위한 서류를 인천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인천시와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하면 팔미도등대는 사적으로 등록된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팔미도등대는 문화재청 조사에서 사적 등록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사적 등록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