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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고대 서양 주요 도시들은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유럽 도시들의 구조를 특징짓는 중요한 공간 또한 광장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에는 아고라(agora)라고 하는 광장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 뜻을 가진 아고라는 시민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종교·정치·사법·사교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중요 의사 결정과 여론이 이곳에서 형성됐다. 그 주위에는 사원이나 회의장 등 공공생활에 필요한 건축물들이 밀집돼 있었다. 고대 로마의 경우에도 아고라와 비슷한 포룸(forum)이 있었다고 한다. 광장은 단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물리적 공간 개념을 넘어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됐다.

인천시가 구월동 시청 담장을 허물고 조성한 광장 '인천애(愛)뜰'을 지난 1일 전면 개방했다. 인천애뜰은 시청 본관부터 미래광장까지 길이 200m, 면적 2만㎡의 규모로 조성된 광장이다. 인천시는 시청 앞 주차장·담장을 없애고 조성한 잔디마당과 2002년 조성된 미래광장을 하나의 공간으로 합쳐 인천애뜰로 만들었다. 정문 앞 로터리에 있던 은행나무는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했고 나무 아래는 버스킹 공연과 야외 결혼식, 벼룩시장 등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는 데크를 꾸몄다. 또 광장 곳곳에 벤치와 피크닉 테이블을 놓아 시민들이 쉬다 갈 수 있도록 했다.

인천애뜰 광장 조성은 지난해 7월 취임한 박남춘 인천시장의 1호 지시사항이다. 협치와 소통을 우선 순위로 하겠다는 박 시장의 시정철학이 담긴 사업이기도 하다. 물론 광장이란 물리적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시민과의 협치나 소통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천 시민들이 두려움 없이 광장으로 뛰쳐나가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의미 있는 대답으로 돌아올 때 광장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도 좋고, 분열의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 새로 개장한 인천애뜰이 1년 365일 시끌벅적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