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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귀화인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이자스민 전 의원이 정의당에 입당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19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받아 국회에 입성한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정치적인 상징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보수당인 새누리당의 이자스민 공천은 진보정당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의표를 찔렀고, 그 덕분인지 전체 300석 중 152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민자들이 가장 강력한 기득권 집단인 정치분야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 만큼 어렵다. 한국계 미국인 김창준이 최초의 미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에 당선된 때가 1992년이다. 1903년 1월 13일 한국 이민 선구자들이 하와이 호놀룰루 제2부두에 첫발을 내디딘지 한세기에 이를 무렵이다. 김창준이 2000년 4선 도전에 실패한 뒤 지난 2018년 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한 앤디 김이 간신히 입성했다. 공화당의 영 김 후보는 막판 우편투표에서 역전당해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 2명 당선 신화가 깨져 아쉬움이 컸었다.

유럽의 대표적인 혼혈국가인 프랑스에선 한국계의 각료입각이 두드러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과 장뱅상 플라세(한국명 권오복)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이민 2세대인 세드리크 오(37·한국명 오영택)를 입각시켰다. 최초의 한국계 장관인 플뢰르 펠르랭은 한국계를 상기시키는 한국 언론들에게 "나는 프랑스인"이라고 강조해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자스민 전의원도 바늘구멍은 통과했지만 20대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한 채 잊혀졌다. 정의당이 그녀를 입당시키자 뒤늦게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자스민은 다문화가정 뿐 아니라 우리사회 소외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이 여전하다. 21대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들 입장에선 포용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였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다문화가정 인재영입 경쟁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물에 그밥인 토박이 한국인들의 적대적 정치문화를 생각하면, 우리사회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문화가정 출신 국회의원들이 늘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