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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블프)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시작된다. 실제 가격의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는 물건이 허다하다. 일부 업체의 경우 1년 매출의 약 70%를 이 때 팔아 치운다. 품질 좋고 저렴하니 소비자들은 전날부터 백화점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린다. 서로 사려고 다투다 총격전까지 벌이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는 11월 11일을 '광군제(光棍節)'라고 부른다. '광군'은 배우자나 애인이 없는 독신을 뜻한다. 혼자를 상징하는 '1'이라는 숫자가 4개나 겹치는 날이라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다. 날을 제대로 잡은 셈이다. 2009년 첫 광군제 행사에는 27개 브랜드가 참여해 하루 5천200만위안(약 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행사에는 18만개 이상 브랜드가 참여해 하루 2천135억위안(약 35조원)을 팔아 치웠다. 폭발적인 성장 배경의 이유는 단 하나다. 상품도 다양하고 값까지 싸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가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코세페'가 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홍보 부족 탓도 있겠지만, 추수감사절과 겹치는 '블프'와 독신자를 위해 시작한 '광군제'와 달리 '코세페'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매혹적인 스토리가 없는 것이 치명적이다. 비록 일부지만 '떨이'라는 인상을 줄 만큼 상품 구색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올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할인행사 시 유통업체가 행사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도록 하는 지침 개정을 예고하면서 백화점 업계가 코세페 보이콧 방안을 검토했다가 철회하는 등의 혼란이 찬물을 끼얹었다.

코세페는 올해가 네 번째다. 그동안 참담한 흥행참패를 겪었다. 그래서 올해는 민간 주도로 바꾸고, 행사기간도 11월로 옮기면서 기간도 오는 22일까지 2배로 늘렸다. 그런데도 흥행몰이를 못 하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선 제조업체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고 가격 결정권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가격을 낮출 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왕 불황을 타개하겠다고 만들었으면 다양한 상품에 파격적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소비자가 감동 할 때는 '폭탄 세일'이란 느낌을 '왕창' 받을 때다. 그리고 또 하나, 정부의 참견을 최소한 줄여야 한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수록 흥행 실패 확률도 높아진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