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 권유로 디딤센터 입교
상담·치료·동아리활동 등 참여
어느덧 마음 편해지고 꿈도 생겨
학교생활 좋아지고 가족과도 화목
용인 각골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에서 디딤2기 입교식이 지난 8월 19일에 있었다. 60명의 청소년과 보호자들, 그리고 전체 직원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간단한 센터 소개와 4개월 동안 서로 지켜야 할 내용을 전달하면서 작년에 디딤센터를 수료한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었다. 교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한 여학생(당시 고2)이 수줍게 단에 올라섰다. 그 소녀는 수줍어 했지만 반짝거리는 눈으로 청중을 응시하며 디딤센터가 4개월 동안 자신에게 준 선물을 고백했다.
'저는 디딤센터 오기 전에는 우울증과 불안으로 학교생활이 힘들었고 잦은 결석, 성적저하, 무기력감, 자해 등으로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게 부질없다고 느껴지고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았습니다. 담당 의사선생님 권유로 디딤센터 디딤2기(4개월 과정)에 입교해서 상담도 받고, 개인치료, 집단상담, 동아리 모임, 진로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언젠가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꿈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선물은 수료 후에 학교생활이 좋아졌고, 가족이 화목해졌다는 겁니다. 덤으로 요가 필라테스 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대학 진로도 정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디딤센터에 오길 잘했어요.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에 적응하고 어울리는 게 어려울 수 있어요. 저도 초반에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기를 넘기고 나니까 이곳이 정말 제가 꿈꿔왔던 곳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여러분도 저처럼 선생님이 안내하는 대로 잘 따라 지내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꿈에 날개를 달게 될 거예요.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수료해서 내년 홈커밍데이 때 꼭 만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잘 지내길 응원할게요!'
소녀는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달해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입교 초기에는 동별 프로그램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머뭇머뭇 관찰만 하던 아이였는데 이렇게 자신에게 있었던 리더십을 발견하고 생활동에서, 대안교실에서 언니 노릇을 멋지게 해주었던 친구가 후배들 앞에서 한 고백은 더 멋진 감동으로 다가왔다. 디딤센터 직원들에게 4개월은 그리 녹녹지 않은 시간이다. 각기 다른 아픔과 증상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을 품고 치유하는 일은 상상하지 못할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마음을 치유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직원들은 본인의 열정을 쏟아붓고, 때로는 본인을 희생하면서 아이들을 보듬어준다. 이런 과정 속에서 몸이 지치기도 하고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학생 같은 변화와 성장을 가까이서 느끼고 맛볼 수 있는 기쁨이 있다는 것이다.
상담사들의 정성스런 손길로 아이들 마음에 든 잡초를 제거해주고, 활동지도자와 생활지도자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메말랐던 가슴에 촉촉한 물과 따사로운 볕을 들게 하면, 아이들은 표정이 바뀌고 말투가 달라지고 행동이 변화된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지나는 동안 무기력의 늪에서 헤어나오기만 하면, 아이들 스스로 자신 속에 잠자고 있던 에너지를 끌어올려 벌떡 일어날 수 있다. 바로 그 순간 본래의 자아,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된다. 기적을 맛보기 위해 나는 오늘도 각골산 자락에서 아이들의 정원사로 자리하고 있다.
/김선옥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