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두배인 초미세먼지 '나쁨'
'대륙발' 명백 불구 중국측 부인
韓中환경장관회의서도 언급없어
정부 대책없이 제자리걸음 '비난'
이달께 난방가동 본격 유입 우려

'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올해에도 청정 섬지역 백령도가 인천 육지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인데,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보면, 5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1시 기준 '나쁨'(35~74㎍/㎥) 수준인 43㎍/㎥까지 치솟았다.

이날 비슷한 시간대 육지인 인천 남동구 구월동 초미세먼지 농도는 '보통'(15~34㎍/㎥)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발 황사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짙었던 지난달 31일에도 백령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52㎍/㎥로, 차량 운행이 많은 구월동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인 2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백령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나쁨' 수준을 이어간 지난달 20~22일 구월동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줄곧 '보통'이었다.

이처럼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는 시기 백령도가 공장과 차량이 많은 인천 도심보다 오히려 초미세먼지가 짙은 현상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증거다.

중국에서 난방을 가동하기 시작하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유입될 전망이다.

올 겨울철에도 시베리아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다가 다시 중국 쪽 편서풍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삼한사미'(3일간 춥고 4일간 미세먼지가 극심하다는 뜻)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지속해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한반도 유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리간지에(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이 만나 '한·중 환경장관 연례회의'를 진행했으나, 이 자리에서도 리간지에 장관은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

이날 한·중 장관이 서명한 '청천(晴天·맑은 하늘)계획 이행방안'도 예보정보 공유, 기술산업화 협력, 기관 간 인력·기술 교류 등으로 큰 틀에서만 논의됐다.

한국·중국·일본이 공동으로 연구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요약보고서'가 실효성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내 미세먼지가 중국 등 국외 영향을 받는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중국이 인정하는 첫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청천계획 서명 등을 계기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과의 협력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