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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계기는 좀 불순(?)하다. 영국에서 풋볼리그가 출범할 당시, 영국에는 이미 FA컵이라는 축구대회가 있었다. 풋볼리그 창시자들은 리그가 더 성장하려면 리그 창립 멤버가 아닌 팀도 리그에 참가하게 해서 언젠가 최상위 리그로 승격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경쟁리그가 출범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리그를 독점하기 위해 일종의 '열린 시스템'을 도입한 셈이다. 승강제의 도입 배경이 그리 순수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대박'이 났다. 시즌 막바지까지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사하면서 승강제는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2013년 국내 프로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매 시즌 최하위권을 전전하다 막판에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하는 팀이 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생존왕'이다. 바로 인천유나이티드로, 매 시즌 '짜릿한 잔류 성공기'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2016년 11월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경기다. 시즌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인천은 리그 최종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수원을 누르면서 10위를 기록,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비록 꼴찌들의 경기였지만, 이 경기는 결승전을 능가하는 빅매치로 기록된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나서는 구름처럼 몰려나온 팬들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오죽하면 경기장 밖을 지나다 함성 소리에 놀란 시민들이 '결승전이 벌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을까.

올해에도 역시 인천은 잔류와 강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 두 경기만을 남겨둔 올해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인천(10위), 경남(11위), 제주(12위) 등 세 팀의 승점 차가 3점으로 좁혀지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은 조금만 삐끗해도 강등이 확정되는 12위, 또는 2부리그 승강플레이오프 승자를 이겨야 잔류가 가능한 11위로 추락하게 된다. 세 팀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이들의 경기를 따로 묶어 '경·제·인 리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승강제는 '잔인한' 스포츠 시스템이다. 하위팀에게 경기장은 정글이나 다름없다. 정글에 최적화된(?) 인천의 생존DNA를 믿는 시민주주의 한사람으로서 구단에 한마디 전한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