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 간소화에 수입액 7년새 28배↑
활어 상태라 일본산 잘 몰라 '인기'
'공급과잉 국내산 광어' 대체 이중고
공급 과잉으로 폐기까지 되고 있는 '국민 횟감' 광어(10월 15일자 12면 보도)가 일본산 방어에도 밀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방어가 대부분 일본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 불매운동, 동일본대지진 원전 사고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산 방어가 불티나게 팔려 국내산 광어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10일 해양수산부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일본산 방어 수입액은 2011년 53만달러에서 지난해 1천496만달러로 무려 28배나 증가했다. 수입량도 지난해 1천574t으로 2017년(748t)과 비교했을 때 2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산 방어의 수입이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1월부터 일본산 참돔과 방어에 대한 검역 정밀검사가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많게는 일주일가량 걸리던 검역이 당일 통관으로 바뀐 것.
더욱이 일본산 방어 대부분이 활어로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 수산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가뜩이나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산 양식 광어가 더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점유율 60%대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산 양식 광어의 경우 지난 2017년 10월 기준으로 1㎏의 도매가격이 1만7천원이었지만, 큰 더위가 없는 무난한 날씨 때문에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10월 8천원으로 절반이 넘게 하락했다.
제주도는 광어 생산량 조절을 위해 14억원을 들여 359곳 광어 양식장에서 사육 중인 400~600g급(중간 크기) 광어 200t을 올해 말까지 수매한 후 폐기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가 제주산 양식 광어 일부에서 나온 '쿠도아충'을 빌미로 지난 6월부터 한국산 광어 검역 비율을 20%에서 40%로 올려 수출길도 막혔다.
여기에 본격적인 방어철(11~2월)을 맞아 방어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일본산 방어는 특수를, 국내산 광어는 암흑기를 겪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광어 양식 어민들이 정부에 일본산 방어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40%로 인상할 것을 요청했지만 확답은 돌아오지 않았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광어 양식 업자들은 전부 길거리로 나 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