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복·신발도 학생이 비용 부담
국소배기장치 조차없는 학교많아
산업법 제외 유해물질 '무법지대'
청소년 건강 위협 제도 보완 절실

인천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된 실습환경 속에서 수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 절삭가공 실습장에 '국소배기장치'가 없는 특성화고도 있었고, 마스크·보안경 등 안전장비조차 제대로 비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안전관리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2일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선희 의원이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인천지역 직업계고 실습실 안전장비 지급·설치 현황'을 보면 실습현장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의 A특성화고 절삭가공 실습장에는 작업 중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내보내는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공기청정기조차 없었다.

방진 마스크나 보호 장갑도 비치되지 않았고, 안전복이나 안전화도 학생이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겨우 보안경만 지급됐다. 인천의 B 특성화고 납땜 실습장도 국소배기장치가 없었다.

절삭가공이나 납땜 실습장에는 유해물질을 흡입, 위험을 없애주는 국소배기장치 설치가 필수적이다.

금속 재료를 깎고, 끊고, 갈아내는 등의 절삭가공 장비에는 절삭유가 사용된다. 이 절삭유는 작업 공정에서 대기 중에 에어로졸 형태와 흡사한 상태로 흩뿌려지는 데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흡입된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이 검증된 절삭유를 사용하고 국소배기장치를 반드시 설치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호흡기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땜질작업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납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재료가 사용되지만, 땜질과정에서 납에 노출될 경우 뇌 중추신경이 마비되는 신경계장애가 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과 제도로 보호받고 있는 반면 학교는 사실상 '무법'이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지적한다.

특히 성장이 진행 중인 청소년에게는 유해물질로 인한 위험이 더 치명적일 수 있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기업과 달리 학생들이 공부하는 특성화고 실습실은 사실상 법의 사각에 놓여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성장기의 나이로 아직 신체 장기가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유해물질로 인한 영향은 성인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이 학생들이 앞으로 40년 넘게 이 직업을 갖고 활동해야 하는 만큼 교육당국을 비롯한 지역사회, 정부가 학생들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가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역할 뿐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스스로 안전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교시절부터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희 시의원은 "안전교육은 안전의식뿐 아니라 권리의식을 동시에 높이는 방법"이라며 "학생들이 이러한 의식을 갖고 산업현장에 나가 스스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