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가로 남은 도원동 부영주택
내년부터 인천지역의 빈집 정비 사업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빈집의 역사적 가치 등을 판단해 옥석을 가려 문화유산 차원으로 접근할 건축물을 발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오전 인천시 중구 도원동 부영주택(시영주택 격인 근대한옥)이 수년째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市, 올해 8월까지 총 3976곳 확인
미추홀구 등 구도심 69.3% '쏠림'
안전도 낮은 3 ~ 4 등급 우선 철거
문화재 가치높은 건물 파악 소홀
지자체 차원 활용방안 마련 절실

인천지역 곳곳에 방치된 빈집에 대한 정비를 앞두고 문화유산 차원으로 접근해 보존할 필요가 있는 빈집을 가려내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15일 오전 찾은 인천 중구 도원동 부영주택 대문에는 '공가 도원동 제1호'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수년째 빈집으로 있어 곳곳이 훼손돼 흉물처럼 보였다. 주변에는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 있고, 남아있는 부영주택은 빈집을 포함해 3채뿐이다.

1940년 인천부(仁川府)가 직접 지어 분양한 부영주택은 지금으로 따지면 '시영주택' 격인 근대한옥이다.

일제강점기 지방관청이 주도해 지은 한옥이고, 일본이 한옥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알 수 있어 건축사적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특히 인천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거물 정치인인 죽산 조봉암(1899~1959)이 살았던 주택이라 그 의미를 더 하고 있다.

인천시가 2017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빈집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천지역 빈집은 총 3천976곳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미추홀구 857곳(21.5%), 중구 672곳(16.9%), 부평구 661곳(16.6%), 동구 569곳(14.3%) 등 구도심 지역에 2천759곳(69.3%)이 집중돼 있다.

빈집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기초자치단체가 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인천지역 빈집 3천976곳 중 '1등급(양호)'은 1천153곳, '2등급(일반)'은 1천313곳, '3등급(불량)'은 746곳, '4등급(철거대상)'은 484곳이다.

인천시는 최근 '빈집정비 가이드라인과 지원계획'을 수립했다. 빈집은 1~4등급 모두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지자체 지원으로 철거할 수 있다.

안전도가 떨어지는 3~4등급은 우선 철거하고, 1~2등급은 남겨 일자리 창출공간이나 청년 창업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등급과는 무관하게 역사적 가치가 있는 빈집에 대해선 전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빈집 정비계획 등에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 지자체 판단에 따라 철거될 수 있다.

특히 빈집 가운데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건축물일지라도 안전문제나 외관상 이유로 지역 주민들조차도 흉물로 여길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빈집 가운데 옥석을 가려 문화유산 차원으로 접근할 건축물을 발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가 매입해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인천 옹진군 덕적도 북리에 있는 1950년대 건축물인 일명 '선주집'도 수년째 빈집으로 방치돼 지난해 철거 위기에 몰렸다가, 실향민과 덕적도 어업문화를 기억할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는 환경단체 주장(2018년 7월 24일자 8면 보도)이 나오면서 철거되진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빈집 정비 특례법은 문화유산 차원으로 접근해 보존·활용하는 내용을 담지는 않았다"며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문화유산 가치가 있는 빈집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