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시각으로 본 한일정책 토론회
흔하지 않아… '정책 대상자'였을 뿐
이자스민 前의원, 정의당 입당 화제
가짜뉴스등 이율배반적 생각 드러나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 보장해야


수요광장 이완2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11월 18일 '이주민의 시각으로 본 한일 양국의 이주민정책'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에서 살고 있는 네팔,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의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이 한일 양국에 오가며 보았던 이주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사자라는 경험한 이주민 정책에 대한 소해와 새로운 견해는 새로운 통찰과 반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렇게 이주민이 자신의 목소리로 정책 전반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쉽지만, 흔하지 않다. 대부분의 이주민 및 다문화정책의 논의 자리에는 주로 한국인 학자, 관련 전문가, 교수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며, 가끔 한두명의 이주민이 관련 경험을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다. 이주민과 관련된 여러 가지 현안에 당사자인 이주민의 시각과 견해는 의도적으로 과소평가되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며 이주민들은 늘, 정책의 대상자이며 소비자였을 뿐이다.

또다시 선거철이다. 이주민은 250만명에 이르며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5%에 가깝게 증가했지만, 국회에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을 찾기 어렵다. 이주민 당사자성을 가진 국회의원은 현재 국회에는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일부 정치인들은 이주민에게 더욱 가혹하게 정책을 바꾸는 것으로, 다수 한국인들의 표를 받으려 노력한다. 왜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기존 한국인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이 와중에 이자스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20여 년 전 필리핀에서 귀화한 결혼이주민이다. 이자스민 전의원은 일베와 오유 양쪽에서 욕을 먹는, 즉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치지형에서 지지받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자스민 전의원에 대한 여러 가지 악플이 순식간에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한국인을 역차별하고 이주민들에게 특혜를 주려고 한다는 내용과 몇몇 사건을 들며, 자질이 부족하다는 내용 등이다. 잠깐만 시간을 들여 사실 확인을 하면 파악될 가짜 뉴스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악플들은 이자스민이라는 한 정치인에 대한 혐오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이주민 당사자 정치인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국사회의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들어와 한국인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위험하고 어려운 곳을 채워 주는 점에는 환영하지만, 당연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당한 권리에는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 이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줄 정당이나 정치인은 존재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주민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낼 수 있었던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주민은 늘 다수자를 대변하는 정치권력에 관용과 배려를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이주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다수자 정치인을 통해, 혹은 그들의 배려를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

강원도 영월의 한 마을에서는 '굴러온 돌', '박힌 돌', '굴러올 돌'이라는 뜻을 가진 '삼돌이축제'라는 행사가 매년 열린다. 이 마을은 인구감소를 겪는 다른 마을들과 다르게 매년 평균 10가구 이상씩 인구가 순 유입된다고 한다. 마을 관계자는 그 비결로 마을에 새로 들어온 이주민들은 기존 마을주민과 한 가지 취미 활동을 함께 해야 하며, 여러 마을 사업에 필요한 사업 예산 관리 또한 원주민 이주민 가리지 않고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맡기는 등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공평하게 분배하는 점을 꼽았다. 작은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기본이다. 권리와 의무를 출신과 상관없이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 여기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새롭게 내어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공정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민 및 다문화정책의 대상자 및 수혜자로서의 이주민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 그리고 삶의 주체로서의 당사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다. 기본적인 권리 보장 없는 포용국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