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로·중, 경제성장률 '양호'
우리나라 현재 어려움 겪는 원인
노동시장등 구조적일 가능성 시사
제도·기술적 역량 축적·발휘 위해
지역 특성 맞는 솔루션 모색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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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
2019년도 한 달 남짓 남겨놓은 현재, 인천지역의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제조업 생산은 1~9월 중 전년동기대비 7.1% 감소하여 전국(-1.1%)은 물론, 상반기에 비해서도 부진 폭이 커졌다. 수출도 1~9월 중 6.5% 감소하였는데 전국(-9.8%)에 비해서는 양호하지만 하반기 들어 하락 폭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인천지역 경제지표 중 전국에 비해 양호한 것은 건축착공면적 등 건설투자 지표 정도이며, 소비자심리지수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장기평균치인 100에는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실질 GDP 성장률도 이와 같은 지역경기 부진을 반영하여 3분기 연속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국 및 인천지역 경제지표의 부진은 미·중간 무역분쟁 등 대외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주요국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수요 부진이 글로벌 무역 둔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10년 만에 또다시 침체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주요국의 경제 및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그렇게 보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먼저 미국은 실물경제의 성장세가 소폭 둔화되었으나 양호한 고용사정과 임금 상승에 힘입어 개인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1969년 이후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 나쁘지 않은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미연준은 글로벌 경기 둔화,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우려하여 7월 이후 세 차례 연달아 정책목표금리를 인하하였고, 그 결과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도 안정된 모습이다.

유로지역도 실질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낮긴 하지만 성장의 내용은 대체로 미국과 비슷하다. 즉 제조업 생산은 다소 부진하지만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상황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개인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실업률(7.5%)도 2000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7.3%)에 가깝게 낮아졌다. 유로지역 중앙은행인 ECB도 글로벌 무역여건 악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등을 우려하여 완화적 통화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을 비교적 뚜렷하게 받는 모습이다. 실질 GDP성장률이 2019년 연중으로는 6%대를 넘겠지만 금년 4/4분기와 내년에는 6%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우 정책여력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크고, 성장의 고용창출력(1% 성장시 창출되는 신규 취업자수)은 5년 전에 비해 오히려 더 커져 중국은 이제 개인소득 및 소비 증가에 기반한 내수 중심의 성장이 가능한 경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 경제 흐름이 실상 그리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유독 미·중 무역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은 왜일까? 실제로 대만이나 아세안 국가들도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 중국경제의 감속과 미·중 무역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 정도가 우리만큼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2019년 1~9월 중 전년동기대비 18.1%로 큰 폭 감소했지만 아세안 국가의 대중국 수출은 오히려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고, 대만도 전체 수출 감소율이 금년 상반기 중 2%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재의 어려움이 실은 구조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동시장 및 정부규제의 경직성,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서비스산업의 미발달에 따른 상품 중심의 수출구조,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높은 수출집중도, 소재·부품·장비 등 기반기술력 미비 등이 그것이다. 유연성, 다양성, 기술력 등은 환경 급변에서 오는 충격을 완화하고 대외여건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이러한 제도적·기술적 역량의 축적 및 발휘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체는 물론 지역 차원에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솔루션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급해 보인다.

/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