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혜원 7개 단편 묶어낸 첫 소설집
저명인사·실종·공용독서실등 소재
예측불가 이야기에 심리묘사 '탁월'
스릴러·판타지 넘나들며 빠져들어
■ 클린 코드┃설혜원 지음. 지금이책 펴냄. 304쪽. 1만3천800원
예측 불가의 설정과 압도적인 속도, 급소를 찌르는 정교한 문장미학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만든다.
올해로 등단 8년을 맞은 작가 설혜원의 첫 번째 소설집인 '클린 코드'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예측 불가의 설정, 급소를 찌르는 서늘한 문장으로 삶과 사회의 미스터리함을 예민하게 포착해 표현했다.
이 책에선 복선이 깔린 정통 추리물부터 풍자와 고발, 웃음과 비애가 얽혀 있는 코믹 스릴러, 소설적 세계관이 돋보이는 판타지, 긴박한 전개와 감정의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심리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미스터리 소설의 매혹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색깔이 다른 일곱 편의 단편이 등장한다. 표제작 '클린 코드'는 변호사, 판사, 의사, 목사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로열 소사이어티' 선상에 초대되어 예기치 못한 재판에 시달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잘못된 재판 결과로 한 젊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억울한 죽음의 배후를 파헤친다.
작가 자신만의 심리체계를 수립하는 도정에서 탄생한 또 다른 작품 '셀프 큐브'는 한 여성의 실종을 다루고 있다.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액자 예술가는 액자를 팔려고 만났을 뿐 여성의 실종과 무관하다고 항변하지만, 정작 실종된 여성의 핸드폰과 SNS에는 그와 찍은 사진들로 가득하다.
모든 정황들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누군가 그를 범인으로 몰아넣기 위한 치밀한 계획인지, 아니면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어 '월광'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을 배경음악으로 삼아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과 간호사 출신 아내의 불균형한 결혼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이상야릇한 분위기 속에 오묘한 음악이 흐르고 기이한 사건이 전개되는 기담풍의 미스터리다.
이 밖에 작가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적인 미스터리인 '모퉁이'와 어딘가 수상한 아파트 미화원과 아파트 내 공용독서실 이용자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독서실 이용자 준수사항', 엄마와 죽음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을 그려낸 '자동판매기 창고', 인간화 테스트를 통과해 인간이 된 비인간 유전자 '메르피'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메르피의 사계'를 각각 단편 소설로 묶어 책을 완성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