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가스 질식탓 사망 1차 소견
유서 '경제적 어려움' 공통적 호소
"어려움 터놓기 힘든 분위기 여전"
"20대 미래 불확실 큰 좌절감" 분석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계양 일가족 사망 사건'(11월 21일자 7면 보도)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여전히 어려움을 터놓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와 청년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얘기한다.
인천계양경찰서는 최근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A(49·여)씨와 그의 두 자녀 등 4명에 대한 부검을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가스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바탕으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는 A씨와 그의 아들(24), 딸(20) 등 일가족과 딸의 친구(19·여) 등 모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은 심한 생활고로 전해지고 있다. A씨 일가족은 지난해부터 기초생활급여를 받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양구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달까지 기초생활급여 중 주거급여를 받았다. 매달 24만원 정도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은 긴급복지지원금으로 매달 약 100만원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주거급여만 받아왔다.
오랜 기간 한 카페에서 일하던 A씨는 올해 초부터 가게 사정상 일을 하지 못했고, 그의 아들은 일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고등학교 동창 사이로, 수도권 대학까지 함께 진학했던 딸과 그의 친구는 휴학 중인 상황이었다. 이들은 대학 인근에서 함께 자취하다, 휴학 후부터 A씨 집에서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4명이 각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도 발견됐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에 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조승석 경인여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현행 복지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젊고, 특이 질병이 없는 A씨가 주거급여 외 다른 지원을 받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려움을 터놓기 힘든 분위기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유롭게 어려움을 상담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대인 두 자녀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점이 눈에 띄는데, 20대들이 당면한 좌절감을 사회적으로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돈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