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 있어
'동물원' 존재이유 돌이켜본다면
그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뭘 원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때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는 그 인기가 대단했다. 이 돌고래들은 제주도에서 불법 포획된 돌고래로 좁은 수족관에서 고된 훈련을 받으며 돌고래 쇼에 동원되었다. 몇 년 전부터 동물권리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그들의 고향인 제주도로 다시 보내지기 시작했다. 서울대공원은 2017년 5월 마지막 남은 세 마리의 돌고래들을 제주도로 돌려보내고 돌고래 쇼를 완전히 폐쇄하면서 '돌핀-프리'를 선언했다.
그림책 '점프 점프/정인석 글·그림/고래뱃속'의 주인공 돌고래 핑크를 떠올리게 된다. 돌고래 핑크는 수족관에서 태어났지만 돌고래 쇼에서 점프하다 우연히 바라보게 된 바다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되는 수족관에서 보이는 바다를 향해 높이 점프한다. '바다야, 진짜 바다…!' 돌고래 핑크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자연의 바다에서 높이 점프한다. 비로소 행복을 찾은 것이다.
2018년에 발생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사건 이후에 동물원 폐지에 대한 의견들이 많아지면서 동물원폐지에 대한 국민청원이 5만여명을 넘었었다. 동물원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은 동물권리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되어 온 문제이기도 하다. 동물원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동물원은 동물보호와 멸종위기종 보전 및 복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존속의 이유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도 있다. 멸종위기종들을 육종프로그램을 통해 번식시켰으며, 야생으로 다시 되돌아가도록 도운 사례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종(種)이 너무 많아져서 살처분한 경우도 있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 피임 등 생식과 양육형태를 인간이 의도적으로 통제하기도 한다.
동물원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동물원이 계속 존재해야 한다고 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보호센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코끼리를 이용해 코끼리 트레킹, 코끼리 쇼 등 관광 상품을 만들어 왔었다. 그런데 최근 해외에 나가보면 부쩍 눈에 띄는 것은 '코끼리 보호센터'에 대한 안내문이다. 관광으로 이용되며 상처받은 코끼리들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단체들을 소개하고 있다. 동물보호의 중요성과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면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한다. 숙련된 전문가들과 함께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고, 목욕을 시키는 일을 도울 수 있다.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과 함께 교감을 느끼고 싶다면 동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리는 너무 인간 중심의 입장에서 동물원을 만들고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동물원을 무조건 폐지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듯 동물들은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음을 우리가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좋겠다. '동물원'이 무엇을 위해 왜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서부터 우리의 생각이 시작된다면 동물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단지 인간을 위한 구경거리나 전시 수단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동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를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인간도 동물도, 우리 모두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