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선명한 빨간색 단풍
새순은 부드러운 식감·향 '인기'
'퀘세틴' 성분 혈액순환 도움
가지, 한방·민간요법 귀한 약재
우리나라 산 어디를 가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정원이나 공원에도 많이 심는 화살나무는 독특한 생김새로 인해 요즘같이 잎이 지고 난 후에는 아주 쉽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나무이다. 나뭇가지에 화살의 깃털을 닮은 회갈색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기 때문에 화살나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화살나무는 불리는 이름도 여러 가지다. 날개의 모양이 머리를 빗을 때 썼던 참빗처럼 생겼다고 해서 '참빗나무', 가시가 박힌 곳에 가지의 날개를 태운 재를 바르면 가시가 쉽게 빠진다고 해서 '가시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단풍이 비단같이 곱고 아름답다고 해서 '금목(錦木)'이라고도 한다. 생약명으로는 '귀전우(鬼箭羽)'라고 한다. 이는 화살이 날아갈 때 빠르거나 느린 속도, 직선이나 곡선 등 날아가는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화살대에 매다는 '전우'라는 깃털에 달려있는데 귀신이 쓰는 화살의 날개라 해서 붙여진 것이며, 창을 막는다는 뜻의 '위모(衛矛)'라고도 했다.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잎이 지는 넓은 잎 작은키나무로 다 자라면 높이가 3m 정도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중국과 일본, 사할린 등지에 분포하며, 전국의 표고 1천700m 이하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추운 데나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나무 모양은 가지가 비스듬히 뻗어 위쪽이 둥그스름하게 된다. 화살나무잎은 마주나는데 타원형 또는 거꾸로 세운 달걀형으로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화살나무의 가을 단풍은 복자기나무, 붉나무 못지않게 화려하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채도가 아주 높은 선명한 빨간색으로 단풍의 색이 매우 고와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5월에 피는 꽃은 연한 연두색으로 잎겨드랑이에 두세 개 모여 나는데 아주 작은 것이 앙증맞고 예쁘다. 열매는 10월에 익으며 열매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주홍색 씨가 드러나는데 루비같이 영롱하다. 가지에는 2∼4개까지의 코르크 날개가 붙어있는데, 이 날개는 다른 나무보다 일찍 새순을 틔우는 화살나무에게는 새순을 먹는 초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어용 무기라고 볼 수 있다.
산에 있는 나물 중에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르는 화살나무 새순은 홑잎나물 또는 홋잎나물이라고도 부르며 부드러운 식감과 향긋한 향으로 인기가 많다. 봄철에 홑잎나물은 겨우내 잃었던 우리의 입맛을 되살려주는데 제대로 맛보려면 매우 부지런해야 한다. 남쪽 지방에서는 3월 말부터 나기 시작해 며칠만 지나도 금방 피어서 억세지기 때문에 부지런한 며느리도 홑잎은 세 번 뜯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새순을 끓는 물에 데쳐 쓴맛을 살짝 우려낸 뒤 청장, 들기름, 깨소금을 넣어 무치거나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무쳐도 맛이 그만이다. 홑잎나물밥도 별미인데 밥이 뜸이 들어갈 무렵 데친 잎을 잘게 썰어 넣으면 된다. 화살나무는 잎과 가지, 줄기를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차로 끓여 마셔도 좋다. 말린 화살나무 어린잎을 뜨거운 물에 3∼4분 우려내서 마시면 혀끝에 남는 은은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이 차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줘 여성들에게 좋다고 한다. 화살나무는 예로부터 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 가지의 날개를 많이 이용해온 귀한 약재였다. 산후출혈이나 어혈 등을 치료하고 멍든 것을 풀어주는 데 사용했고, 열매는 달여서 고약으로 만들어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 썼다. 특히 화살나무 새순에는 퀘세틴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밝혀졌다.
화살나무속에는 화살나무와 아주 비슷한 나무가 많아 구별하기 어렵다. 특히 회잎나무는 잎, 꽃, 열매 등의 모양이 거의 같으나 단지 가지에 코르크 날개만 없다. 화살나무와 달리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면 털화살나무, 가지에 날개가 없고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면 당회잎나무, 줄기에 사마귀처럼 생긴 코르크 돌기가 보이고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면 회목나무이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