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료 암기하는 교육 벗어나
수많은 생애 추적 '구술사' 초점
어르신 등 만나 과거·현재 조명
이제 역사는 시대의 화두다.
앞만 보고 달렸던 시대를 지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덕목이다.
특히 올해는 3·1만세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 역사를 바라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우리 역사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역사를 교육하는 일은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건만, 그간 역사교육은 편향성 논란에 몸살을 앓거나 시험 암기과목으로 전락해온 게 뼈아픈 현실이다.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은 지금까지 해온 역사교육의 틀을 깨고, 지난 세기 우리 역사의 아픔을 새롭게 접근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학생주도 역사탐구프로젝트'를 통해 학교에서, 마을에서, 학생의 시선에서 출발해 100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과정을 기록해본다. → 편집자 주
파주초등학교 역사 교육의 시작은 '구술사'에 중점을 뒀다. 과거의 사료를 외우는 '골치아픔'을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수많은 이들의 생애사를 발굴하고 기록해 학교와 지역, 대한민국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방식이다.
이는 파주초가 파주지역 최초의 학교로 113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근현대사의 산현장이기에 가능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정은 파주초 교사는 '학생주도 역사탐구프로젝트' 연구를 받아들고 학생들과 함께 어떻게 연구할 지 고민하는 와중에 한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연구주제와 방법을 찾았다.
"제가 아는 이모가 있는데, 아버지도 아들도 다 우리학교에 다녔대요. 3대가 들려주는 우리 학교 이야기를 담으면 어떨까요?"
그렇게 직접 구술사가 된 학생들은 다양한 지역 어른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꽤 진지하게 고민한 질문들도 던졌고 3대 가족 인터뷰를 통해서 각 세대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김재현 학생은 "파주초 교육박물관에서 워킹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박물관 속 옛 자료와 물건을 보니 추억에 젖어 더욱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며 "각 세대를 비교하면서 더욱 뚜렷한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김병섭 파주초 운영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 뒤편의 봉서산은 봉황새가 깃들어 즐기며 노래하던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데, 일제 강점기에 봉서산에 말뚝을 박아 봉서산의 상서로운 기운을 막아 파주의 유능한 인재가 나지 않게 했다"는 아픔을 배웠고, 60회 졸업생인 교장선생님에게는 "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만 체육관이 있었고 미군이 지어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역사와 그 너머 대한민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