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3천만원·사원 500명
중견기업 '롯데제과' 설립
인연깊은 유창순 회장 추대
공장2개 가동… 갈월동 '껌'
양평동, 빵·비스킷등 생산
대부분의 국내 재벌들은 창업에서부터 대규모 기업집단을 형성할 때까지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토착 자본이다.
그러나 롯데는 창업주 신격호가 일본에서 맨주먹으로 창업해 그곳에서 형성한 부와 경영기법을 국내에 도입해서 재벌을 형성한 독특한 이력의 기업집단이다.
또한 롯데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 각각 사업기반을 구축한 유일무이한 그룹이기도 하다.
롯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1965년 12월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부터였다.
1945년 8·15해방과 함께 단절된 한국과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나라는 미국이었다.
>> 신격호의 모국 투자
소련과 중국 중심의 동북아지역 공산화 확대의 저지 대안으로 미국은 한·미·일 3각 안보체제 구축을 구상했다. 미국은 이를 실행하고자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집요하게 종용했다.
1961년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일 국교 정상화 의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국내에선 기업인들이 국교 정상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1960년 4·19혁명과 1961년 5·16쿠데타와 함께 부정축재자로 지목된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결성한 한국경제협의회(전경련 전신)가 중심이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외화 확보에 혈안이 됐었는데 대안으로 일본 자본을 국내에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후부터 국내에 일본 자본의 진출이 격증했다.
신격호의 모국 투자는 1965년 12월 한일 국교정상화와 함께 진행됐다. 장기영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신격호에게 한국의 기간산업에 투자해줄 것을 종용했다.
신격호는 내심 고국에서 제철사업을 구상해 일본 가와사키제철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으나 당시 박정희 정부는 제철업 국영화 논리를 폄으로써 신격호의 제철업 구상은 수포로 돌아갔다.
신격호의 모국 투자는 제과업으로 결정됐다. 1965년 전후에 일본의 롯데는 제과업으로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신격호는 형제들 간에 골육상쟁을 겪었는데 배경은 다음과 같다.
신격호의 바로 밑 동생인 철호는 1959년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주식회사 롯데'와 롯데화학공업을 설립하고 둘째 아우 춘호를 끌어들여 껌과 캔디, 비스킷, 빵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6년 신격호가 모국에서의 사업 발판을 마련할 목적으로 기존의 (주)롯데와 롯데공업을 정리하려하자 동생들이 크게 반발했다.
>> 형제들간 갈등 심화
그 결과 신철호는 캔디와 비스킷 부문을 분리해서 새로 메론제과를 설립했으며 춘호는 라면제조업체인 롯데공업을 차려 각각 분가했으나 신격호가 '롯데'란 상호 사용을 불허하는 바람에 (주)농심으로 변경했다.
1967년 4월 3일 신격호는 국내의 (주)롯데와 롯데화학공업사를 해산하고 새로 자본금 3천만원의 롯데제과(주)를 설립했다.
기능직 사원 350명과 일반직 사원 150명 등 5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출발했는데 신격호는 사장을, 넷째 동생 준호는 기획실장으로 제조와 영업을 총괄했다.
롯데제과 회장에는 유창순(劉彰順, 1918~2010)을 추대했는데 그는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평양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해서 1951년에는 도쿄지점장으로 부임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신격호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유창순은 이후 한국은행 총재, 상공부 장관, 경제기획원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전략수립에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1982년에는 국무총리에 취임했다.
롯데제과는 제1, 2공장 등 2개의 공장을 보유했는데 갈월동의 제1 공장에선 껌을, 양평동의 제2 공장에선 빵과 비스킷, 캔디, 캐러멜 등을 생산했다.
당시 국내 제과업계는 동양제과, 해태제과 등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해태제과는 1945년 10월에 민후식, 신덕발, 박병규, 한달성 등 4명이 서울 용산구 남영동 131의 귀속기업인 영강제과를 공동으로 인수해서 키운 기업이다.
동양제과는 이북출신의 기업인 이양구가 서울 용산구 문배동 30-10의 귀속기업을 1956년 7월에 인수해서 키운 것이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