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4069명 실태조사 결과 33.9·15.3% 경험… '성폭력'도 11.4%
가해자 지도자·선배 順 "일상적 폭력·통제 심각 보호방안 마련 요구"


전국 학생운동선수 상당수가 언어·신체·성폭력 위험에 노출(11월 8일자 2면 보도)된 가운데 성인 실업팀 소속 선수들 역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직장 운동부 운영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선수 4천69명을 대상으로 인권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천251명 가운데 424명(33.9%)이 언어폭력, 192명(15.3%)이 신체폭력, 143명(11.4%)이 성폭력 등을 경험했다고 각각 답했다. 성폭력을 목격한 경험도 704명(56.2%)에 달했다.

성별로는 성인 남성선수의 30.5%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이보다 많은 37.3%가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언어폭력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 선배 선수 등의 순으로 조사됐으며, 발생 장소는 훈련장 또는 경기장이 88.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소와 회식도 각각 47.6%와 17.2% 등으로 조사됐다.

신체폭력의 경우 조사에 응답한 실업팀 성인선수의 26.1%가 '머리 박기와 엎드려 뻗치기 등 체벌', '계획에 없는 과도한 훈련',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등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폭력 주기는 '1년에 1~2차례'가 절반에 가까운 45.6%에 달했으며, '한 달에 1~2차례'는 29.1%, '일주일에 1~2차례'는 1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거의 매일' 신체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8.2%나 됐다.

심지어 실업선수 중 143명(11.4%)은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손·볼·어깨·허벅지·엉덩이)'을 겪은 선수는 1천251명 중 66명(5.3%)으로 나타났으며, 남성선수(2.2%)보다는 여성선수(8.4%)들이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더 많이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폭행(강간) 피해를 경험한 남성선수는 1명, 여성선수 2명으로 집계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운동을 직업으로 한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련 부처와 대한체육회 등에 실업팀 직장 운동선수의 인권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