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이달만 40% 운항 못하고
중국발 먼지 '맨앞 영향권' 고통
'서해5도 발전계획' 집행률 38%
주민 "지자체·정치인 말잔치 뿐"
서해 최북단 인천 백령도에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잦은 여객선 결항으로 발이 묶이고, 중국발 미세먼지로 숨이 막히는 백령도 주민들은 올해에도 육지보다 훨씬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
25일 오전 서해 풍랑경보로 인해 인천항에서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 3척의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인천~백령도 여객선은 일요일이던 지난 24일부터 기상 악화로 이틀 연속 뜨지 못했다.
주말 사이 볼일이 있어 인천으로 나왔던 백령도 주민은 이틀째 육지에 발이 묶여 있고, 섬에서 나와야 하는 주민과 관광객은 갇힌 상황이다.
이처럼 여객선 결항이 길어지면 비좁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승객이 한꺼번에 몰려 '콩나물시루'로 변한다.
인천항시설관리센터에 따르면 인천~백령도 여객선은 이달에만 벌써 40%인 10일이나 결항했다. 이달 10~11일, 13~16일, 18~19일, 24~25일 등 이틀 이상 연속 결항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12월에도 31일 중 10일이나 여객선이 뜨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12월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겨울만 되면 주민들은 생필품 조달 같은 사소한 일상조차 제약받는다. 백령도에 사는 심효신(56·회사원) 씨는 "육지로 나가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시기인데, 언제 여객선이 결항할지 몰라서 검진날짜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백령도는 공장 하나 없는 청정 섬이지만, 겨울철 극심한 미세먼지도 걱정거리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대기 상태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올해 1월 14일 백령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환경부 기준으로 '매우 나쁨'(75㎍/㎥) 수준을 훌쩍 넘은 123㎍/㎥였다. 같은 날 인천 내륙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01㎍/㎥로 오히려 백령도보다 낮았다.
최근 발표된 한·중·일 대기오염물질 공동 연구 결과는 국내 초미세먼지의 중국 영향이 32%라고 밝혔지만, 백령도만큼은 중국 영향이 100%에 가까운 셈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여객선 대중교통화' 등 각종 정주여건개선정책이 공허한 '말 잔치'에 그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특별법에 따라 마련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2011~2020년)은 사업 종료가 불과 1년여 남았지만, 애초 계획한 사업비 9천109억원의 38%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백령도에 5대째 사는 한 주민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고위 공직자나 여야 정치인이 앞다퉈 백령도를 찾아 주민들 목소리를 경청했지만, 그때뿐이지 섬을 나가면 바뀌는 게 없다"며 "백령도 사람들은 우는 소리를 내는 것도 이젠 지쳐서 체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