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역량 '빠른 의사결정' 요구
팀체제 사라지고 프로젝트 단위로
필요따라 일하다 해체 유연성 발휘
급변하는 예측불허시대 생존 위해
개인간·SW·고객협력·변화 중점을


경제전망대 이세광2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산업환경이 바뀌면 조직과 사람 그리고 일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빠르게 변화하며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의 비즈니스 환경을 VUCA시대 라고 한다.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머리글자이며 기업에서 과거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던 리더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며 불안요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와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엄청난 속도로 펼쳐지는 기술의 융복합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가고 있다. 변화의 전조증상을 빨리 알아채고 그에 맞는 혁신을 이루어 내는 능력이 기업의 핵심역량이며 강력한 경쟁력이다. 정확한 의사결정보다는 적시에 안타 즉, 늦은 100점보다는 이른 80점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위로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철저한 계획과 단계를 거쳐 통제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온 기존의 워터폴(Waterfall) 방식의 조직관리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우선 실행하고, 빨리 실패하고 작은 시도를 꾸준히 하며 고객으로부터 배우고 외부와 협력해 성공경험을 축적해나간다.

요즘의 조직관리 트렌드인 애자일(Agile) 조직이다. 디지털역량을 기반으로 조직구조가 수평화되어 가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정적 팀 체제가 사라지고 프로젝트 단위로 필요한 기간만큼 일하다 해체되는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 간다. 민첩함, 날렵함의 뜻을 가진 형용사를 넘어 '애자일 조직'은 비즈니스 융복합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유연한 조직문화이다.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시작된 애자일은 방법론이나 기법보다는 조직문화혁신으로 보아야 한다. 회사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한 시대정신을 반영한 조직문화 혁신 철학이다.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지속적으로 애자일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한 대표적 기업은 삼성SDS이다. 전사에 애자일 확산을 위해 ACT agile core team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애자일 프로세스 전파역할을 담당했다. 금년 들어 SK그룹은 수평문화의 확산과 의사결정 혁신을 위해 직급과 호칭을 파괴했다. 상무, 전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본부장, 실장 등 직책으로만 부른다. SK이노베이션은 팀장 직책을 없애고 조직경계를 허무는 일 중심의 유기적 협업이 가능한 애자일 조직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KB국민은행도 방대하고 구체적업무계획의 안정적 조직운영보다는 소규모 그룹으로 다양한 시도를 빠르게 해낼 수 있도록 ACE agile centric efficient라는 이름으로 12개의 실행 중심 애자일 조직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로 새로운 고객 맞춤형 상품, 기업자금관리 플랫폼 출시 등 가시적 성과와 기존 4~5단계의 의사결정체계가 2단계로 축소돼 빠르고 민첩한 의사결정체계가 만들어졌다. 그 외에 현대와 롯데 등 대기업에서도 애자일 도입 열풍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노동환경의 변화로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성공적인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간의 핵심적 차이는 '그들이 얼마나 많이 아는가' 또는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가'에 달려있다. 건강한 조직은 조직자원의 거의 전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직의 똑똑함을 나타내는 Hard Power는 지속적 노력으로 세계적 수준을 달성하였으나, 만족도와 자긍심 등 조직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Soft Power는 상당히 미흡하다. 오른손(Hard Power)잡이 좌뇌활동 중심에 왼손(Soft Power) 우뇌활동을 활성화하여 양손잡이 활동으로 다양한 묘기를 연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하라." 아마존 CEO 제프베조스의 말이다. 구글, 넷플릭스, 애플 등 글로벌기업의 성장동력이 애자일경영이다. VUCA시대에 생존을 위한 '애자일 선언'에 귀기울여 보자. 1. 프로세스와 도구보다는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 더 큰 가치를 둔다. 2. 포괄적 문서화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큰 가치를 둔다. 3. 계약·협상보다는 고객과 협력에 더 큰 가치를 둔다. 4. 계획을 따르기보다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기존의 상명하복식의 답답하고 우울한 조직문화를 과감히 애자일 조직문화로 바꾸어 장기적 발전을 위한 미래 대탐험을 신나게 시작해보자.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