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시대기록자 역할에 충실
추구하는 작업은 '다 집어넣기'
개항후 확장·재편 거듭하는 도시
파괴·보존 과정이 포개지며 진화
과거 기억 끄집어내 현재와 소통
인천의 명과 암을 지금 세대에 보여주고,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해 조오다(57) 작가는 도시의 모습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년 가량 사진 작업을 한 조오다 작가는 2010년 무렵 5~6년 정도 몸 담았던 한국고사진연구소에서의 활동을 기해 철저히 다큐멘터리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시대 기록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것이다.
조 작가는 인천시립박물관 소식지의 표지에 장식될 사진 촬영도 오랜 기간 하고 있으며, 인천문화재단과 부평역사박물관의 지역 문화와 문화재 관련 총서 발간에도 참여해 시각 언어로 시민과 소통하고 있다.
조 작가가 사진으로 말하는 인천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조 작가의 '겹쳐지는 인천 도시를 증명하다'전이 27일 저녁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에서 막을 올렸다.
12월 10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는 인천도시역사관의 연중 기획전 '2019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의 아홉 번째 전시로 기획됐다.
전시회에선 조 작가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찍은 가로 3m, 세로 1m50㎝ 크기의 대형 사진 위주의 아홉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5일 인천도시역사관 소암홀에서 전시회 준비에 한창인 조 작가를 만났다.
작가는 "제가 추구하는 사진이 다 집어넣기에요. 빼지 않고 주변의 모습을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전부 담아내는 것이죠. 그로 인해, 이처럼 대형 작품들로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큰 사진의 임팩트가 있고, 사진이 작으면 담아낸 모습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19세기 후반의 개항을 '은둔 인천'이 세계와 접촉하는 시작점이자, 조용한 포구에서 혼잡한 개항도시로 변하는 변곡점으로 규정했다.
"개항 이후 인천은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두 가지의 과정을 동시에 겪어야만 했어요. 하나는 끊임없는 확장과 재편을 통한 도시의 진화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가치와 현재 가치 사이의 지속적인 충돌과 혼재였죠. 그 과정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인천 속에서 포개지며 겹쳐졌고, 도시는 파괴와 보전이라는 중대한 가치 판단 앞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천은 동북아의 허브, 해양친화도시로 거듭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일방적인 파괴만이 아니라 보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조 작가는 구도심의 풍경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인천을 다시 읽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들 또한 작가 소신의 발로다.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 중 수도국산을 담은 '관심과 관심'은 재개발로 세인의 주목을 받는 관심 속에서 정작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계에 선 원주민을 돌아보게 하며, 자유공원을 찍은 '이념과 이념'에선 맥아더 동상을 통해 미국의 지배정책에 다른 시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재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사진으로 남겨진 현실의 단면들은 변화의 대상에 따라 기록되고 그 기록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은 소통'을 하게 만듭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