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여유공간 부족' 주장 맞서
'협의 가능한데 법으로 강제' 반발
지자체장이 학교의 부설주차장을 개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국회 통과를 앞두면서 찬반 양론이 부딪치고 있다.
교육계는 학교의 자율권을 훼손하고 학생을 위협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수도권의 심각한 주차난을 해소할 묘안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등 14인이 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 상정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까지 끝난 이 법안은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둔 상태다.
주차장법 개정안의 핵심은 시군 단체장이 국공립학교의 부설주차장을 개방주차장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학교 주차장 개방은 학교장 권한이어서 지자체가 요청하고 학교가 승인하는 식이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학교는 지자체장의 요구에 따라 개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치권은 자가용 승용차가 증가하며 심각한 주차난이 발생했고, 특히 수도권의 주차 여유공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경기도의 주차보급률은 전체 등록차량 대비 부족한 98.8%다. 차량 100대 중 1대는 주차할 공간이 없다는 뜻이다. 전체 보급률은 안정적인 것같아 보여도 시군별 격차가 심각하다. 안양과 같이 농촌 없이 대부분 도시화된 지역은 주차보급률이 55%대에 불과하다.
교육계에서는 학생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반발한다. 학교 내 교통안전 우려뿐 아니라 외부인이 드나들며 침입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5건이었던 학교 외부인 침입 건수는 지난해 42건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학교 시설 개방을 허용하고 있다.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꼭 법으로 강제해야 하나"라고 반발했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대책도 없이 학교를 주차장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은 학생의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하는 데 고민과 배려가 없다"면서 "학교 시설은 교육청과 학교가 소유하고 관리하는데 지자체장이 주차장으로 지정하는 것은 교육 자치 훼손"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교총 역시 스쿨존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식이법'까지 통과시킨 국회가 학교 차량 통행을 부추기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총 측은 "법령 충돌로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했다.
/강기정·이원근·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