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선정 사업자, 6·8공구 공덕·삼성역 연결신설안 공개
5·6공구 교통소외 지적… 고남석 구청장 "의견수렴 조정을"
인천 한 회사에 다니는 A씨는 얼마 전 송도국제도시에서 부천으로 이사했다.
딸과 아들의 직장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송도 집을 팔고 경인전철 역곡역 인근에 아파트를 마련했다고 한다. A씨는 부천에서 인천 중구에 있는 회사까지 출퇴근하고 있다.
A씨는 "자녀들이 송도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기는 너무 힘들다"며 "부천으로 이사 온 후 자녀들의 출퇴근 시간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했다.
또 "송도는 공원이 많다. 송도처럼 살기 좋은 곳이 없다"면서도 "송도 주민이 서울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도록 버스 노선 등 교통 인프라가 더 많아야 한다"고 했다.
송도에 사는 B씨는 서울로 출퇴근할 때 자가용과 지하철을 둘 다 이용한다. 집에서 자가용을 몰고 서울에 있는 공영주차장까지 간 후 그곳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B씨는 "버스를 타면 송도 안에서 시간을 다 잡아먹는다"며 "출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송도의 단점 중 하나는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송도에서 여의도까지 38분에 이동하는 등 서울 도심을 빠르고 편리하게 연결하는 GTX-B노선 건설이 확정됐지만, 2022년에나 착공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송도2동행정복지센터 5층 강당에서 '송도국제도시 M버스(광역급행버스) 신규 노선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연수구가 M버스 노선과 정류소 위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 송도~서울 M버스 내년 3월 운영 예정
송도와 서울을 연결하는 M버스 2개 노선(M6635, M6636)은 지난 4월16일 경영 적자로 폐선됐다.
인천시는 M버스 노선 5개를 신설해달라고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에 신청했고, 이 중 2개 노선이 대광위 심의를 통과했다. 송도 6·8공구에서 각각 공덕역, 삼성역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송도~공덕역 노선은 '신흥교통', 송도~삼성역 노선은 '인천선진교통'이 운송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들 운송사업자는 내달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노선과 정류소 위치를 결정한 후 대광위에 면허 발급을 신청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 3월 중 M버스가 운행을 시작한다.
이날 설명회에선 운송사업자가 설계한 M버스 노선안이 공개됐다.
신흥교통은 송도 8공구 e편한세상에서 송도SK뷰, GS자이, 풍림2·3차아파트, 캠퍼스타운역, 동막역 등을 거쳐 서울로 진입하는 노선을 제시했다.
인천선진교통은 송도 8공구 아암초등학교에서 센트럴파크역, 인천대입구역, 풍림2·3차아파트, 한진아파트, 캠퍼스타운역, 양재역, 우성아파트, 강남역, 선릉역 등을 경유해 삼성역에 도착하는 노선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6공구 아파트 주민들은 '교통빈민 6공구', '6·8공구에 6공구는 없다', '6공구 교통 소외지역 외면하지 말라'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송도 6·8공구와 서울을 연결하는 노선인데, 기점이 8공구로 돼 있다는 것이다. 6공구 한 주민은 "6·8공구 노선인데 6공구가 배제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고남석 연수구청장은 "오늘 공개된 노선은 업체에서 만든 것"이라며 "송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업체와 노선 조정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M버스 노선 결정 난항 예상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에 M버스 정류소가 생겼으면 하는 게 송도 주민들의 바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M버스가 마을버스처럼 송도 구석구석을 운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M버스 노선·정류소 위치를 놓고 송도 주민 간 갈등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설명회에서도 "6·8공구 M버스가 왜 캠퍼스타운역과 동막역을 경유하냐", "5공구에 인구가 많은데, 왜 5공구 쪽에는 노선 계획이 없느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
M버스 노선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어렵다. 특히, 송도는 8개 공구에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M버스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올 10월 말 기준 송도 인구는 15만7천94명이다.
또한, 운송사업자는 승객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노선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 옛 M버스 노선이 경영 적자로 폐선된 것처럼, 손실이 많으면 또다시 운행이 중단될 수 있다.
승객 수가 시간대별로 차이가 크다는 문제도 있다. 출근 시간에 승객이 집중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승객이 절반가량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승객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것은 운송사업자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인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송도 주민의 약 14.5%(9월 평일 교통카드 이용 데이터 분석치)가 서울로 나간다.
오전 6~8시 출근 시간대에 약 1천명이 서울로 이동한다. 이후 500명 이하로 줄었다가 오후 4시 600명 정도로 증가한다.
오후 4시에 승객이 증가하는 이유는 서울에서 인천으로 통학하는 대학생 수가 반영된 것으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이동하는 것으로 인천연구원은 분석했다.
설명회에서는 송도 정류소 수를 최소화해 서울 진입 소요 시간을 줄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광역급행버스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송도 내부 노선을 단축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많은 곳을 경유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 "송도 내부교통 편익 높이겠다"
연수구는 송도 6·8공구, 5·7공구 등 '교통불편지역'을 설정해 '수요 대응형 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행 시간과 노선을 탄력적으로 하는 소형 버스를 송도 내부에서 돌리겠다는 생각이다.
소형 버스가 운행하지 못하는 지역은 공유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개인 이동수단 이용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연수구는 송도~서울 M버스에 '2층 전기버스'를 투입하는 방안을 운송사업자와 협의하고 있으며, 노선 협의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재정도 지원할 방침이다.
연수구는 향후 M버스 노선 신설을 추가로 대광위에 신청하겠다는 입장도 설명회에서 밝혔다.
/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