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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누가 총리로 발탁되고, 누가 장관으로 기용될까. 하지만 개각에 대한 시중의 관심이 전 같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청와대 비서실 때문에 내각의 존재가 없다'는 소리가 꾸준히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장관 이름 석 자를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다. 그래서일까.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준마(駿馬)는 있는데 백락(伯樂)이 없다'며 개각에 아예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된다.

여기서 '백락'이란 중국 주나라 때의 당대 제일의 '말 감정사' 손양을 말한다. 말을 보는 안목이 뛰어났던 그가 어떤 말이 됐건 한 번만 쓰다듬으면 그 말은 명마로 둔갑했다. 하루는 백락이 태행산에 오르다가 무거운 소금 마차가 다가오는 것을 봤다. 비록 마차를 끄는 비루먹은 말이었지만, 그의 눈엔 천하의 명마였다. 백락은 말에게 "분명히 천리마인데 어찌하여 소금 마차를 끄는가"라고 묻자 말은 '자신을 알아본다'며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백락일고'다. 말을 감별하는 뛰어난 안목이 인재를 등용하는 능력으로 비유될 때 쓰인다.

당나라의 문호 한유(韓愈)는 '잡설'이란 글에서 "천리를 달리는 명마라 해도 백락이 없으면 평생 조랑말 취급을 받으며 혹사당하거나 마구간에서 하찮은 말들처럼 그냥 죽어간다"고 말했다. 임명권자가 사람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아무리 인재라 해도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흔히 "항우는 백락을 얻지 못해 패했고, 유방은 백락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었다"고 말한다. 항우에겐 인재를 식별하는 안목이 없었다. 인재를 자기편에 남아 있게 하는 방법도 몰랐다. 반면 유방에겐 '백락안'도 있었고, 인재를 포용하는 덕도 있었다.

후임 총리에는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는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이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 부총리, 사회 부총리, 외교, 국방 등 주요 장관은 후임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 대통령이 백락안으로 제대로 된 인재를 뽑을지, 아니면 늘 하던 회전문 인사로 '그 나물에 그 밥'이 될지는 알 도리가 없다. 분명한 건, 정치 외교 국방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백락이 뽑은 준마'가 너무도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