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또는 흠집 등 반품된 상품들
새재품보다 50~80% 저렴해 '불티'
경기불황타고 '10조원 시장' 형성
인천에 전자·가구 매장 10곳 운영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리퍼브(Refurb)' 제품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일 오후 2시 인천 연수구 LF스퀘어 인천점 지하 1층에 있는 올랜드아울렛 인천 직영점.
다이슨 무선 청소기에 4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일반 매장에서 50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32인치 TV는 이곳에선 20만원 안팎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매장에 전시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각종 가전제품은 시중 가격보다 50~80%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올랜드아울렛 제품이 다른 매장보다 저렴한 이유는 리퍼브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리퍼브 제품은 매장에 전시됐거나 소비자의 변심 또는 작은 흠 때문에 반품된 제품을 다시 포장한 것으로, 새 제품보다 저렴하다. 누군가 사용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어서 중고 제품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이날 냉장고를 사기 위해 올랜드아울렛을 찾은 이상력(63)씨는 "가전제품 전문 매장을 다녀봐도 이곳 제품이 가장 저렴한 것 같다"며 "작은 흠이 있을 수 있지만,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랜드아울렛 인천 직영점 홍경철 지점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8월 문을 연 이후 매달 방문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은 리퍼브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가구도 리퍼브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 인천 중구 사동에 있는 리퍼브 전문 가구판매장 '가구나들이'에는 10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가구나들이가 매달 주최하는 '1천원 경매' 행사에 참여하고자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경매 행사 참가자들은 29만원 상당의 4인용 식탁을 5만원에 사거나, 25만원짜리 4단 서랍장을 단돈 3만원에 구매하는 행운을 잡았다.
가구나들이 강성훈 대표는 "가구업체로부터 전시 상품을 싸게 들여와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며 "일반 매장 상품보다 50~80%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에는 리퍼브 가구와 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10여 개 있다. 전국 온·오프라인 리퍼브 시장 규모는 1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에 따른 위축된 소비심리로 인해 리퍼브 시장의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서울대학교 유통학과 최재섭 교수는 "실물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옷과 가방 등 타인에게 보여주는 제품은 비싼 것을 구매하고,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와 가전제품은 저렴한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경제 상황이 계속된다면 리퍼브 제품의 호황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