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쓴 텀블러는 '인증숏'만
정작 행감등 각종 회의때는
대부분 플라스틱물병등 써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 관공서와 정치권이 앞장 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며 제도와 조례까지 만들어놓고 정작 각종 회의에서 일회용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텀블러 구입 비용은 시민의 혈세인 세금에서 지출됐다.
특히 내년부터 일반 음식점에서 종이컵을 쓸 수 없도록 하는 등 정부 규제안까지 강화되는 와중에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텀블러 사용 사진들을 홍보하는 '보여주기식 행사'를 벌인 뒤 슬그머니 다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5월 경기도청 청사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경기도 1회용품 사용 저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는 청사 내에서 일회용컵 대신 머그컵이나 다회용 식기, 비닐봉투 대신 종이박스나 장바구니,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를 사용해야 하고 외부인이 참여하는 회의 개최 시에도 개인 텀블러나 컵을 지참하도록 권고했다.
여기에 도의회는 지난 7월 원용희 의원 등 11명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경기도 1회용품 사용 저감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임시회에서 의결했다.
이 조례안에 따르면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1회용품 사용 저감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매년 반기별로 공공기관별 일회용품 사용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도시환경위원회에 보고하고 경기도 홈페이지에도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하면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 저감 효과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도청과 도의회가 앞장서 사용제한을 약속해놓고, 11월 2주 동안 행정사무감사장의 책상 위에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물병이 버젓이 올려져 있었다.
1회용품 사용 저감 지원조례를 만든 도시환경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 등 일부 위원회는 개인 컵과 텀블러를 챙겨오는 등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동참하는 모습이었지만, 상당수 위원회와 피감기관들은 종이컵과 플라스틱 물병을 쉽게 사용했고 심지어 개인 컵을 두고도 종이컵을 사용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특히 경기도의회 사무처는 별도 예산을 투입해 도의원 전원에게 1만7천원 상당의 텀블러를 제공하기도 했다.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일회용품 사용 저감 계획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4월에 도의원들에게 텀블러를 제공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