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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9 미국 400대 부호'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전 부인인 맥킨지 베조스가 순 자산 총 361억 달러 (43조5천730억원)로 15번째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혼'으로 불린 제프 베조스와의 이혼 위자료로 그의 아마존 주식 지분 25%를 받은 덕분이었다. 1993년 결혼한 맥킨지는 이듬해 제프가 아마존을 창업하자 도서 주문과 배송, 회계 등을 맡아 밤낮으로 일했다. 이혼 당시 주변에서 "제프가 가진 주식의 절반을 달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맥킨지가 받은 위자료는 인류 역사상 이혼 소송을 통해 배우자가 받은 최대액수다. 이전에는 2014년 러시아 부자 리볼로 블레프가 전 재산의 40%인 45억 달러(약 4조6천억원)가 최고였다. 그다음이 1999년 예술품 거래상인 알렉 와일든스타인이 이혼하면서 내놓은 25억 달러(약 2조9천억원), 다음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17억 달러(약 1조7천억원)였다.

국내에도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2014년 2월부터 시작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전남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 임 고문은 2조5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이 사장 재산의 절반을 이혼 위자료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선 86억1천300만원, 2심에선 141억1천300만원을 재산분할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통상 법원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판단할 때는 혼인 기간·재산 형성의 기여도 등을 따지는데 이들이 오래전부터 별거를 해왔다는 점과 이 사장의 재산형성에 임 고문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과 함께 위자료 3억원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 42.3%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 최 회장이 "혼외 자식이 있다"고 고백한 지 4년 만이다. 최 회장은 9월 말 기준으로 SK 주식 1천297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노 관장의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면 548만 여주의 소유권이 넘어오게 된다. 대략 1조4천억원 규모다. 서민들에겐 꿈 같은 얘기다. 그래서일까. 찬바람은 불어오고 서민의 등은 더욱더 시리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