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학생 의견 반영 좋지만 건강 문제 우려"
관련 종사자들 연수·단계별 적용 필요성 제안
식당 재구조화·자율배식 확대 등 의견 쏟아져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해 기호에 맞게 식단을 짜는 것도 좋지만 자칫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학생의 영양을 책임지는 차슬기 부천북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요즘 고민이 깊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교육급식 정책 중 하나로 학생이 직접 식단을 구성하는 '맞춤형 식단'을 추진 중인데, 과연 기대만큼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도 즐거운 급식이 될 지 고민이라서다.
차 교사는 지난 7일 화성 푸르미르호텔에서 열린 '교육급식 정책공감 토론회'에서 분임 발표를 맡아 '맞춤형 급식'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을 전했다.
교육급식은 학생이 학교급식을 통해 건강한 식생활을 형성할 뿐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배려와 책임을 배우고 문제해결력을 키워가는 직간접적 교육활동을 뜻한다.
차 교사는 "맞춤형 급식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학생들의 의사가 급식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도 "급식실의 업무 부담이 늘고 가공식품의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건강한 식단을 만드는데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급식 종사자들이 맞춤형 급식 필요성에 대한 연수가 필요하다"며 "모든 학교에 한꺼번에 적용하기 보다는 초·중등으로 나눠 학교급 별로 단계적인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김남영 군포교육지원청 학교급식지원팀장은 식당공간 재구조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 팀장은 "조리실과 식당을 분리해 다목적 사용공간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학교 식당을 식사만을 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방과 후 요리교실, 휴게 공간, 영화 상영이나 학생 발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안양의 한 학부모는 "맞춤형 식단에서 주메뉴를 동일하게 하고 소스만 다르게 제공해도 학생들은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확한 선호도 파악을 해야 하고 가정에서도 음식교육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육급식 학생자치회 활성화와 영양 관련 교육 확대,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식단 제공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 토론회에서는 맞춤형 급식과 급식 공간 재구조화 외에도 학생자치회 참여 활성화,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음식을 배식하는 자율배식 확대 등도 논의했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알레르기 정보에 대해 정확한 정보 제공이 부재하다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도교육청 유윤숙 서기관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교육 급식에 대한 주체별 입장과 생각을 충분히 나누고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학교 현장의 소중한 의견을 밑거름으로 공감할 수 있는 교육급식 정책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