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민생경제 외면 '정쟁' 올인
지금 모두 '한반도 운명' 주목해야
'북미 대결'로 혹독한 겨울 될 수도
12월 만이라도 싸움 멈추고 뭉쳐야
그런데도 선거와 표만을 의식한 신사대주의가 판을 친다.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의 생존보다 자신의 당선을, 한반도의 평화보다 정파의 이익을 우선한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정파의 이해가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 물갈이나 퇴진론으로는 부족하다. 역사와 선열 앞에 사죄해야 한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공자가 말했다. '정치란 먹을 것을 충족히 하고 군비를 넉넉하게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 자공이 묻는다.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는지요'. '먼저 군비다. 그 다음이 먹을 것이다'. 그러나 왕충(王充)이 반박한다. '식량이 없다면 백성은 예의를 저버린다. 겸양은 여유에서 생기고 다툼은 부족함에서 생긴다. 믿음이 아니라 식량이 우선이다'(論衡). 그렇다. 왕충의 비판처럼 명분보다 백성들에게 중요한 것은 의식주다.
그런데도 민생경제에 올인하는 정치를 본 것이 언제인지. 정쟁에 기울였던 열정을 경제에 쏟았다면. 청문회 호통만큼 경제문제를 파고들었다면. 청년들의 일자리도 명퇴당한 중장년의 일자리도 늘어났을 것이다. 결혼도 출산도 지금처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호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양반이 세습되니 나라에 인재가 없다. 재능과 자질만으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학문을 숭상하는 자는 번영한다. 무예를 숭상하는 자는 강하다. 문벌을 숭상하는 자는 망한다'. 성호의 비판처럼 인재 등용의 원칙을 바꿔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춘 지도자였다. 그를 뛰어넘는 전문가적 문제인식과 국제적 판단력을 갖춘 리더들이 필요하다. 통합과 용인술, 비전 추진과 위기 돌파력, 원칙과 유연한 판단, 과학기술과 경영마인드를 갖춘 리더와 인재들이 세상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재벌과 교회, 전문직과 고용세습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젊은이들이 좌절하는 이유다. 그래서 더 허망하다. 왕충은 현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헛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허망한 것과 허망하지 않은 것을 판별하는 것은 시비(是非)라고 했다. 시비는 사실과 효험에 의해 결정된다. '눈과 귀(耳目)로 판단하면 허상의 오류에 사로잡히기 쉽다. 반성적 사고로 인식된 심의(心意)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는 세상사를 이목이 아니라 심의로 판단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진실규명을 내세워 정치를 휘젓는 검찰을 보면서 생각한다. 지켜야할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검찰도 국회도 헌법 아래에 있다. 이목을 흐리는 정파의 이해관계는 봄날이면 사라지는 얼음장에 불과하다. 정치는 칼이 아니라 국민이 심의와 표로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 모두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반도의 운명이다. 남북 간의 봄은 짧았다. 북미가 대결하는 겨울은 더 혹독할 수 있다. 12월만이라도 모두가 정쟁을 멈추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보다 우선하는 어떤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