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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3월 18일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하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DB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발표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고 있는 연말을 눈앞에 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시험은 시기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표 내용과 시험 장소로 볼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확인에 나서고 있다. 북한 동창리 위성발사장은 지난 2017년에 ICBM용 엔진을 시험했던 곳이다.

이번 북한의 시험이 ICBM 발사와 관련한 중요한 시험으로 판단될 경우, 한반도 안보 정세를 다시 격랑으로 몰아넣을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ICBM이나 핵탄두 관련한 직접적인 움직임을 자제해 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는 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를 긴급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하였다.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구체적인 시험의 내용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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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역 대합실의 TV 뉴스화면에 전날 북한의 '서해발사장 중대 시험'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험이 ICBM 발사와 관련된 시험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미국 CNN방송은 지난 5일 보도에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엔진 시험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은 2017년 3월 18일에도 ICBM용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한 곳이기도 하다.

국방과학원이 시험 사실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것도 ICBM 관련 시험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영구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곳이다. 하지만 이번 시험으로 이 같은 약속이 깨진 것은 물론, 북한이 그동안 유예해온 ICBM 시험발사마저 재개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성명을 통해 "미국이 국내 정치적 어젠다를 위해 시간벌기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난하며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밝힌 것은 북한이 이미 중대한 '결단'의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