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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인간의 전유물인가. 답은 '아니오'다. 동물도 정치를 한다. 음모도 꾸민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동물 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의 기념비적 저작 '침팬지 폴리틱스'(바다 출판사 刊)는 침팬지의 정치 행위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 나게 보여준다. 가령 침팬지 두 마리가 서로 싸우면 반드시 제3의 침팬지가 나타나 그중 한 마리와 공동전선을 구축한다. 싸우는 숫자가 많을 경우에는 더 큰 연합이 이뤄진다. 인간의 눈엔 침팬지들이 그저 맹목적으로 싸움에 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계산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 발의 연구결과다.

개미는 인간 외에 노예를 부리는 유일한 동물이다. 개미 박사 최재천 교수의 '개미 제국의 발견'(사이언스 북스 刊)에 따르면 개미는 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합종연횡의 정치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한다. 특히 남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아즈텍 개미는 인간 뺨칠 정도의 정치술을 구사한다. 종족을 초월해 붉은 여왕과 검은 여왕이 함께 알을 낳고 애벌레를 키우는 새로운 왕국을 건설한다. 하지만 왕국이 완성되고 나면 패권을 둘러싸고 여왕개미들 사이에 치열한 투쟁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이빨에 허리가 잘려나가는 여왕이 속출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여왕개미가 식량을 모두 차지한다. 승자 독식이다.

20대 국회의 모습이 실망, 그 자체다. 지금까지 이런 무능한 국회를 본 적이 없다. 대립만 할 줄 알지 정치가 없다. 모든 면에서 최악이다. 경제난에 불안한 안보, 여기에 청와대를 둘러싼 잇따른 잡음으로 국민의 좌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북한은 느닷없이 동창리 고체연료 실험으로 한반도를 다시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니 5천만 국민이 승선한 '대한민국호'가 정상적인 운항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한다. 서로를 탓하며 삿대질에 여념 없는 여·야 정치권 탓이다.

침팬지와 개미는 종족 번식과 생존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권력투쟁에 빠진 한국당, 청와대 눈치만 보는 집권 여당, 한 석 더 얻기 위해 발버둥 치는 제2, 3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정치 실종에 국민들은 환멸을 느낀다. 그러니 국민에게 손가락질받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우리 정치인들은 침팬지와 개미보다 못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