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업무 지자체 이관 안전돌봄 강화해야
사례관리 위한 법적근거 마련 반드시 필요
복지부 일반회계로 안정적 예산확보 시급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이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면서, 아동학대를 가족 간의 문제에서 사회문제로 보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가정 내 체벌에는 매우 관대한 편이다. 이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건수가 전체 아동학대 발생 건수의 76.9%(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주요통계·2018)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포용국가 아동 정책의 추진 방향으로 설정하고,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주요 핵심은 시·군·구로 아동학대 조사권이 이관되고,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권을 갖는 것뿐 아니라 사례관리까지 전담해 사실상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인천시 옹진군과 남동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의 선도 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조사권이 공공으로 이관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문적 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있다. 먼저 아동학대 문제의 조사업무를 수행할 시·군·구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배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민간이 수행해 온 조사업무를 신속히 이관해 학대피해 아동의 안전한 돌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례관리 전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의 임무를 수행할 법적 근거 마련과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아동학대 문제는 학대요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이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서 대상자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아동학대는 아동의 안전 확보와 직접 연결되는 문제다. 법적인 강제성이 부여된 사례관리가 이루어지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와 함께 현재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예산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닌 법무부의 재원인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으로 지원되고 있어 안정적인 예산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일관적인 사업수행과 아동학대 대응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 외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 확대 설치, 재학대 발생 예방을 위한 가족 기능 회복적 접근, 전문서비스 확충,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 등에 대해서도 이후 지속적인 논의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사업은 지난 20년 가까이 민간의 주도로 이어왔다. 앞으로 공적 책임 강화와 전문적 사례관리의 필요성으로 인해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수많은 위험과 열악한 여건 속에서 피해 아동의 안전과 인권 옹호에 앞장서 온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시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는 아동보호 대응체계의 안정적 정착을 기대해본다.
/정근진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