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고민 없이 누군가 제안해 예산 수립후 올인
기초단체 문화재단과 차별화… 앞으로 비전 논의해야
개항장 중심 사업들 많아… 市 전역 아우를 수 있어야
15년 경험 무시 못해… 순천 등 타지역서 재단 배워가
경인일보는 인천문화재단 출범 15주년을 맞아 지난 10월부터 매주, 재단의 출범부터 15년 동안 진행된 사업과 운영 기관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회에선 문계봉 전 인천작가회의 회장(시인), 공주형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미술평론가), 조화현 i-신포니에타 단장(바이올리니스트), 한상정 인천시 문화정책특별보좌관(인천대 불문학과 교수)이 모여 인천문화재단의 현재와 발전 방안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해당 장르에서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펴고 있는 문계봉 전 회장과 공주형 교수, 조화현 단장은 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로도 재임 중이다.
한상정 교수는 지난 11월 25일 시 문화정책특보로 위촉됐다.
좌담회는 지난 9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H동 1층 자료실에서 진행됐다. 신효진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주임이 사회를 맡았다.
-인천문화재단의 올해를 돌아본다면?
■ 문계봉
=올해 초, 현 대표이사 부임 후 재단 혁신위원회가 가동돼 지난 8월 활동을 마무리했다. 혁신위에서도 그랬고, 지금까지 지역 문화계를 중심으로 재단의 자율성 문제가 많이 거론됐다.
시의 출연 기관으로서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재단 직원들이 시민과 예술가의 중간자로서 그 접점을 마련하는 부분에서 부족했던 부분이나 재단 내 사업을 지나치게 자족적으로 풀어갔던 부분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 조화현
=인천문화재단이 설립한 해에 i-신포니에타도 창단했다. 창단 이후 재단과 교류해왔다. 직원 90여명 규모로 커진 요즘, 재단 직원들에게서 받는 인상은 일반 관청의 공무원과 같다는 점이다.
지역 문화 현장에서 어려움에 부딪혀서 도움을 얻기 위해 재단을 찾았는데, 재단의 경직된 분위기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 공주형
=지역사회에서 인천문화재단이 갖는 특수성을 짚어봐야 한다.
서울에서 작업을 하다가 2009년 인천에 왔는데, 당시 서울의 서울문화재단과 달리 인천에서 인천문화재단의 존재감과 기대감은 매우 컸다.
관심도 커지면서 지역 예술인(단체)들이 바라는 기대와 요구도 큰데, 그러한 것들을 재단이 모두 수용하는 것은 애초에 벅찬 것이었다.
■ 한상정
=인천문화재단과 직접적 인연은 거의 없었다.
재단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인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을 인천대에서 지원할 때, 문화도시 조례에 의해 구성된 인천문화포럼에 관여했다. 얼마 전 시 문화정책 특보가 되어서 인천문화재단을 외부에서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15주년을 맞은 인천문화재단이 풀어야 할 숙제는?
■ 공주형
=인천문화재단 만의 키워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재단이 일을 안 했다는 게 아니라, 지원사업과 업무 등 많은 일을 하는 가운데, 지역 특화사업이 축적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시 차원에서 어떤 화두가 나오고 예산이 편성되면 사업이 진행되지만, 시장이 바뀐다거나 다른 사안이 나오면 없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일단 지역의 상시적 사업들을 하나의 트랙으로 가야 한다.
해방 이후 인천미술사 관련 자료를 찾던 중 1950년대 신문에서 현재 볼 수 있는 '아시아의 관문도시 선언'이 있었다. 이처럼 15주년을 맞은 인천문화재단이 전혀 새로운 걸 찾기보단 해왔던 것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부각해야 한다.
현재 인천에는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있고, 동아시아 문화포럼, 서해평화 미술전 등이 있었다. 수년 동안 사업을 운영하면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 문제가 있으면 보완·수정해서 지속하면 되는데, 없애버리는 게 아쉽다.
다른 하나의 트랙은 지역 사회와 접점을 찾는 사업들을 이어가야 한다. 최근 들어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생활문화 분야가 아니어도 다각적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설립되는 인천의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과 다른 인천문화재단의 차별화된 행보를 논의해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갈 지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 조화현
=기존의 일반 공모사업의 지원 틀은 10년 넘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생활문화 분야의 지원 규모는 일반 공모사업보다 커졌다. 오히려 우리가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을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지원 예산을 받아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겠지만, 15주년을 맞은 재단만의 사업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 문계봉
=성과물들의 축적 없이 새로운 사업이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는 이유는 인문학적 깊은 고민 없이 누군가가 제안해 예산이 수립되면 올인하는 데서 기인한다.
일단 지원이 나오니 그쪽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유행처럼 지나가며, 축적되지 못한다. 또한 인천문화재단이 중구에 있어선지 개항장 중심 사업들을 많이 했다.
개항장이 소중한 자원이기는 하지만, 재단은 인천 전 지역을 커버해야 한다.
점차 생기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과 사업을 조율하고, 더욱 촘촘하게 시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광역 문화재단의 역할이다.
-인천문화재단에 건넬 조언은?
■ 한상정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다. 문화재단에서 일하는데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전혀 문화적이지 않다. 이를 위해 시스템적으로 보완할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민간이 가진 문화적 파워를 재단이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게 잘되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 녹록지 않은 우리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단이나 시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항상 잘할 수는 없다. 15주년을 기해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
■ 조화현
=지역 밖에서 인천문화재단에 대한 시선은 호의적이다. 15년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직원들 면면도 우수하다. 전남 순천에서 공연을 하면서 새로 생긴 순천문화재단을 들여다봤는데, 인천문화재단의 이전 사업들을 많이 참조하고 있었다. 당진에서 컨설팅할 때도 인천문화재단 이야기를 많이 했다.
■ 문계봉
=지원 기관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을 수 없다.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비판을 피해갈 수도 없다. 타 문화재단에서도 나올 수 있는 비판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비판을 경청하면 좋겠다. 홍보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혁신위에서도 나왔다. 비토 그룹에 대한 반박도 필요하다.
■ 공주형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